[이슈 & 포인트] 콘텐츠산업 불공정거래 끊으려면
지난 3일 ‘콘텐츠 상생협력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콘텐츠 산업 거래 실태조사’에 의하면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사업체 중 절반 이상이 불공정거래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현저하게 낮은 제작단가’ ‘갑의 플랫폼 사용 강요’ ‘저작권 미인정’ 등 불공정거래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약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콘텐츠 시장에 만연한 불공정거래 관행과 갑을 사이의 갈등은 콘텐츠 생태계 구성원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며, 콘텐츠 산업은 곧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콘텐츠 산업은 전형적인 중소기업형 산업이다. 큰 자본이 없어도 디자이너, 작가, 1인 엔지니어기업 등 아이디어와 전문 기술만 있다면 자신의 재능을 기반으로 창업이 가능하고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특징으로 국내에만 11만개가 넘는 업체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4인 이하의 소기업이 86.1%를 차지한다.

그러나 콘텐츠가 제작된 후에 유통단계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통시장에는 거대한 자본과 독자 플랫폼을 갖춘 소수의 강자가 자신들만의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플랫폼이나 네트워크를 이용해야 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유통사업자의 부당한 요구를 감내해야 한다. 그럼에도 계약의 불이익을 우려하는 96.4%의 중소 콘텐츠 사업자는 문제 제기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콘텐츠 분야는 창조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성장 동력이다. 콘텐츠 산업이 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만연해 있는 불공정 관행을 끊어야 한다. 공정한 파트너십으로부터 콘텐츠의 힘은 발휘된다. 콘텐츠 산업의 미래는 혁신적인 동반성장의 협력 생태계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는 소비자와 개발자를 연결시켜 주고 수익을 분배하며 급성장했고, 구글은 협력사와 갑과 을의 계약이 아닌 상호의존적 관계 맺기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지난해 국내 콘텐츠 산업은 매출 88조원, 수출 48억달러에 달해 매출은 연평균 8.6%, 수출은 연평균 19.7%라는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콘텐츠 시장이 한 단계 더 전진하기 위해서는 성장의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을 복원해야 한다.

홍상표 < 한국콘텐츠진흥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