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OLED 열어서 키우자
지난 10월31일 일본 파나소닉은 내년 3월까지 PDP 생산을 중단하고 아마가사키 공장을 팔겠다고 발표했다. PDP는 1990년대 최고의 기술이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달리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구조가 간단했고, 부드러운 화면 전환 등 장점이 많았다. 42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을 싹쓸이하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자리를 굳히는 듯했다. 그러던 PDP가 LCD에 패한 이유는 뭘까. 소비전력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생태계 조성이 안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간단한 구조 탓에 생태계에 많은 업체들이 없었고, 파나소닉만이 독주했다는 것이다.

소니·파나소닉의 교훈

LCD는 달랐다. 샤프를 중심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 많은 화학·소재회사 등 협력사가 존재했다. 백라이트와 편광필름 두 장이 들어가는 등 구조가 복잡해서다. 캐논 니콘 등 많은 협력사들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 중국 기업에도 장비를 팔고, 기술을 퍼뜨렸다. 이렇게 여러 기업이 투자를 하자 기술은 쑥쑥 향상됐다. 공정도 표준화돼 생산비도 뚝뚝 떨어졌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LCD를 선택하며 결국 ‘기술’이 아닌 ‘세력’으로 PDP를 압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생태계 우위론’은 1970년대 말 비디오 규격 전쟁에서도 입증된다. 당시 소니의 베타 방식은 크기도 작고, 화질도 좋았다. 그러나 정작 시장에선 마쓰시타의 VHS방식이 압승을 거뒀다. 소니는 기술을 독점하려 했던 반면 마쓰시타는 열어 전 세계 생태계를 만든 덕분이다. 이처럼 기술을 폐쇄적으로 운영할 것이냐, 개방할 것이냐의 싸움에서 항상 승리는 ‘개방’ 쪽이었다.

다 지난 얘기를 꺼낸 이유는 꽉 막혀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때문이다. OLED는 색 재현율, 명암비 등 최고의 화질을 구현한다. 자체 발광하기 때문에 얇게, 투명하게 만들 수 있고 휠 수도 있다. 최고의 기술이지만 기술을 주도하는 삼성과 LG는 서로 장막을 치고 개발 중이다. 장비·소재회사를 수직계열화해 다른 기업엔 납품할 수 없게 해놨다.

함께해야 커진다

그러다 보니 협력회사들은 개발에 많은 돈을 쓰지만, 어렵사리 개발해도 판매처가 한정된다. 장비·소재값을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완제품인 OLED TV 값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시장 개화가 늦춰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작년 1월 미국 가전전시회(CES)에 출품해 선보였는데, 2년여가 지났는데도 겨우 전 세계에 수천 대를 파는 데 그쳤다.

OLED도 열어야 한다. 열어서 키워야 한다. 삼성과 LG는 특허 분쟁 같은 건 그만두고, 협업하는 게 바람직하다. 수직계열화를 깨고 일본 중국 회사들도 시장에 들어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커다란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시장이 열리고 새 수요도 창출할 수 있다. 현재 TV 시장 구도라면 개방한다고 해도 삼성과 LG가 세계를 주도할 수 있다.

OLED 투자에 뒤처진 일본과 중국은 초고화질(UHD)에 올인, OLED 시대는 더 늦춰질 판이다. 선택은 우리 업계에 달렸다. 지난 4월 “지금처럼 삼성과 LG가 OLED 특허를 두고 다툼을 계속하면 중국 업체에 따라잡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의 폴 그레이 유럽총괄 이사의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김현석 산업부 차장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