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마포나루 새우젓
예부터 “마포 사람들은 맨밥만 먹어도 싱거운 줄 모른다”고 했다. 전국의 소금배와 젓갈배가 마포나루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서해안에서 올라온 고급 새우젓을 팔러 다니는 사람들로 종일 붐볐다. ‘마포 새우젓장사’로 부자가 된 사람이 급증하자 도성 바깥인데도 은행 지점이 두 곳이나 들어섰다.

젓갈과 소금을 파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이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염리동이라는 마을이 생겼다. 용강동 일대는 젓갈류를 보관하는 옹기를 굽는 동네라고 해서 독막·동막으로 불렸다. 가을철 김장 때마다 아현동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마포 쪽에서 새우젓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는 기록도 보인다. 전차에는 화물칸을 따로 만들어 새우젓독을 남대문이나 동대문시장까지 날랐다고 한다.

마포나루에서 소금·젓갈을 대규모로 취급하던 상인들은 ‘마포염해여각’으로 불렸다. 여각은 부피가 큰 품목을 취급하기 때문에 커다란 보관시설과 우마차 등 운송수단을 갖춰야 했고, 그래서 일반 객주보다 규모가 컸다. 18세기 이후 전국적으로 세력을 키운 경강상인(京江商人)의 전신이 바로 이들이다.

새우젓은 반찬뿐만 아니라 김치 담그는 조미료로도 인기여서 1년 내내 수요가 끊이지 않았다. 음력 정월 그믐부터 4월 사이에 잡은 새우로 담근 것을 풋젓이라 했는데 살이 연하고 희어서 인기였다. 그중 2월에 담근 것을 동백하젓이라고 했다. 5월의 오젓과 6월의 육젓, 7월 차젓도 별미였다. 8월에 담근 추젓은 잡새우들이 섞여 있어 모두 삭힌 뒤 김장 때나 다음해 젓국에 썼다. 9~10월의 동백젓, 동짓달의 동젓, 눈처럼 흰 백하젓, 분홍빛 건댕이젓도 입맛을 돋웠다.

서울 사람들은 진한 멸치젓보다 담백한 새우젓을 더 좋아해서 무더위에 지친 여름에는 양념한 새우젓만으로 입맛을 되찾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젓갈은 자가분해효소와 유리아미노산 등의 상승 작용 덕분에 짠맛과 함께 특유의 감칠맛을 낸다. 숙성 중 연해진 새우껍질은 칼슘 공급원으로도 유용하다.

오늘부터 사흘간 상암월드컵경기장 평화광장 등에서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가 열린다. 옛 복장을 한 뱃사공, 보부상과 함께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면서 맛깔진 새우젓도 산지가격에 살 수 있다고 한다. 마포 8경의 으뜸인 ‘낙조 속의 돛단배’를 재현해 황포돛배 7척까지 선보인다니 더욱 입맛이 당긴다. 이렇게 되면 농바위 부근 밤섬의 맑은 모래밭과 아스라이 저녁 짓는 연기 또한 옛 사진첩 속에서 되살아나려나.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