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모시떡과 오미자 와인
먹거리의 진화는 끝이 없다. 웰빙과 웰니스 바람을 타고 맛뿐만 아니라 약용성분까지 두루 함유한 건강음식이 각광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식이섬유와 엽록소가 풍부한 모시, 심폐기능과 자양강장 효과가 뛰어난 오미자의 변신이 주목된다.

모시는 예부터 하늘이 준 은인초로 불렸다. 모시잎의 항산화 효능은 쑥의 6배에 이른다고 한다. 칼슘이 우유의 48배나 들어 있고, 아미노산도 풍부해 영양 보충과 소화 촉진에 좋다. 당뇨병 치료제로도 주목받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데친 모시잎을 활용한 모시떡과 모시잎송편이 웰빙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모시잎을 삶은 뒤 멥쌀과 섞어 가루를 만들고 반죽해서 콩, 팥, 밤, 대추, 깨 등을 소로 넣은 것이다. 모시잎 덕분에 맛이 쫄깃하고 오래 두어도 쉽게 굳지 않아 더 인기라고 한다.

오미자도 마찬가지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의 5가지 맛(五味)이 나는 오미자는 한방에서도 심장 활동을 도와 혈압을 조절하고 성기능까지 키워주는 자양강장제로 많이 쓰였다. 당뇨 환자가 입이 자주 마를 때,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 갈증을 느낄 때 먹으면 좋다고 한다. 오미자를 붉게 우려낸 물에 꿀을 넣어 마시거나 화채, 주스, 차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건강식품 덕에 산지 농민들이 살아나고 농촌형 기업가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산모시로 유명한 충남 서천의 달고개마을에는 요즘 활기가 넘친다고 한다. 비결은 ‘입는 모시’를 ‘먹는 모시’로 바꾼 발상의 전환이다. 이 마을 할머니들은 추석을 앞두고 밀려든 모시떡 주문을 소화하느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올해 매출만 5억원을 넘을 전망이라고 한다.

경북 문경의 오미자 농가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식품으로 해외에까지 이름을 날리고 있다. 문경 오미자가 임금님 진상품으로 오른 스토리를 담고 친환경 재배기술을 접목한 뒤 500여 농가의 소득이 지난해 1000억원까지 늘었다고 한다. 품목도 오미자와인, 오미자청, 오미자빵, 막걸리 등 60여종에 이른다. 주스야 흔하지만 와인까지 만든다니 놀랍다. 지난해 국제식품전에서 세계 10대 혁신상을 받아 외국에서도 유명해졌다. 숙박, 음식, 체험, 관광 서비스 등 연계사업까지 펼 모양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먹거리 산업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침 정부도 농업을 1차(재배)와 2차(가공) 3차(서비스)를 더한 6차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유·무형의 콘텐츠를 입히고 첨단기술을 접목해 소비자 감동까지 일궈내면 금상첨화다. 벌써 재배농가 이력추적제로 신뢰를 높이고 기업들과 제품 공동개발까지 진행하고 있다니 반갑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