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6차산업화가 화두다. 한계에 부딪힌 1차산업 농업을 2차(가공 및 제조)와 3차(관광 등 서비스)산업을 더해 새로운 6차산업으로 탈바꿈시키자는 전략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6차산업화를 통해 한국 농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구미 농업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더라도 한국 농업이 가야 할 방향만큼은 제대로 설정되었다고 본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농식품부가 지역 주민 주도형 사업, 지역 네트워킹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농업의 6차산업화 추진방안을 내놨지만 그런 수준으로는 과연 농업의 6차산업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기존 사업들을 묶어 6차산업이라는 화려한 간판만 갖다 붙인다고 농업의 6차산업화가 될 수는 없다. 농업을 6차산업화하려면 그 접근방법 또한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당장 자경농이라는 기존의 철학부터 버릴 생각을 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2017년까지 매출 100억원 이상의 6차산업화 주체를 1000개 육성한다지만 기업농으로 가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다. 기존 농업의 자본투입구조가 재구성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농업에 대한 외부자본 수혈은 사실상 봉쇄되어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기업이 농업에 뛰어들면 농민단체는 지금도 극력 반발한다. 처음부터 수출을 겨냥한 동부팜한농의 토마토 재배마저 무산된 것도 그런 사례의 하나다. 농식품부 역시 기존의 농업 법인체만을 상대로 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보조금에 찌들어 혁신을 거부하거나 모든 사업을 보조금으로 엮는 구조에서는 6차산업화도 성공할 수 없다.

바깥 세상은 기업이 농업을 바꾸는 시대다.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 첨단기업들이 살리나스 농업단지와 결합했다. 일본에서는 편의점 체인 로손이 전국에 로손팜을 여는 등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영세하고 고령화된 농업을 재조직하고 있다. 덴마크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들이 다 그렇다. 심지어 중국에서조차 PC 업체 레노버의 지주회사 레노버홀딩스가 딸기 투자에 나설 정도다. 농업이 6차산업이 되려면 이들을 이길 수 있어야 한다. 대자본이 뛰어들어야 농업도 농민도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