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 무리한 법들이었다. 시장 원리에 어긋나는 초헌법적 법률이거나 공공의 개입만 확대하는 포퓰리즘 악법이었다. 여야가 선명성 경쟁하듯 앞다퉈 쏟아낸 소위 경제민주화법 얘기다. 문제는 공무원 재량만 커지고 이 불경기에 로펌만 특수를 누린다는 것이다.

▶본지 7월8일자 A1, 5면 참조

처음부터 법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법을 만들다보니 법률 조항 곳곳에 무리한 내용과 애매한 표현이 무더기로 들어간 것이다. 법리의 정당성이나 법제화의 사회적 파장은 따져보지도 않은 채 정치적 목표와 구호를 곧바로 법으로 만들다보니 법 같지도 않은 법들이 쏟아졌다. 계열사 부당지원 기준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공정거래법)으로 규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감몰아주기는 ‘부당하게 경쟁 제한…’(공정거래법)이라고 규정한 대목도 마찬가지다. 사모펀드의 업무집행사원 등록취소 규정(자본시장법)이나 기업의 유해물질 조사 결과 공개기준(화학물질관리법)에는 ‘현저한’이란 기준이 있지만 무엇이 현저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시행령에조차 명확한 기준이 없다.

최대한 명료하게 만들어 놓아도 해석을 놓고 다툼이 나오는 게 법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이렇게 ‘상당히’ 애매하니 결국 공무원들의 재량권만 무한 확장되고 공무원들만 갈수록 슈퍼갑이 될 판이다. 기업들이 로펌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로펌은 요즘 전직 고위공무원과 국회의원, 의원보좌관까지 무차별 영입하고 대형 로펌들은 벌써 경제민주화법 대응팀을 구성해 대기업의 요청에 응하고 있다고 한다.

세무나 회계법인도 호황이라고 한다. 세무 관련 회계법인 매출이 적어도 30%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물론 경제민주화의 폭풍 속에 진행되고 있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강화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자 1만명으로도 세무업계에는 한 대목 큰 장이 선다는 식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부실 악법들이 공무원 힘만 더 키우고, 로펌 일감만 늘린다는 이 현실을 어떻게 볼 것인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확대법, 밀어내기금지법 등 계류 중인 다른 경제민주화법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게 일하는 자는 죽어나고 기생하는 자들은 살이 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