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발효를 계기로 협동조합 설립을 적극 권장해온 정부가 뒤늦게 재정을 직접 지원하는 것에 제동을 걸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제1회 협동조합의 날 기념식에서 “개별 협동조합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지원은 협동조합의 기초인 자율성을 훼손하고 시장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간접지원 원칙을 강조했다. 현 부총리가 취임 후 첫 현장방문지로 협동조합을 찾아 “생활물가와 골목상권의 파수꾼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고, 협동조합 주간(7월 첫주)까지 만들어 붐을 조성해온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협동조합은 기본법 발효 후 불과 7개월 새 1400여개로 불어나 이제는 난립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런 와중에 현 부총리가 직접적인 재정지원은 불가하다고 못 박은 것은 조합을 만들어 정부 돈 타먹자는 식의 세간의 기류를 간파했기 때문일 것이다. 협동조합기본법 10조2항은 ‘국가 및 공공단체는 협동조합에 필요한 자금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자체가 맘만 먹으면 얼마든 협동조합에 돈을 댈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들은 교부금이나 다른 예산을 끌어다 협동조합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부터 10년 내 협동조합을 8000개로 늘려 서울을 협동조합 천국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내년 6월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표가 아쉬운 지자체장과 보조금을 기대하는 협동조합이 만나 과열이라는 화학적 반응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민주당은 아예 지자체가 협동조합에 출자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까지 내놨다. 그러니 보조금만 노린 불량 조합이 양산되고, 이제는 정부 재정지원까지 공공연히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협동조합에 정치가 끼어들면서 애초부터 이상한 방향으로 끌어가는 꼴이다. 정치단체까지 협동조합 간판을 내거는 정도다.

이런 부작용은 정부가 4만~5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며 협동조합 설립을 독려할 때부터 예견됐던 문제다. 자주 자조 자립이 원칙인 협동조합을 관(官) 주도로 활성화한다는 것부터 어불성설이었다.

뒤늦게 자율성을 강조하고 협동조합의 정치화나 지자체의 재정지원을 비판하며 발을 뺀다고 책임이 사라지진 않는다. 새누리당이 하는 짓이 다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