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운용 방향이 성장에서 내실 위주로 바뀌고 있다. 수출과 경기 부양을 통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던 정책기조가 성장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구조조정을 통해 부작용을 줄이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10일 “중국이 성장을 포기하면서까지 대출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그런 분석이다. 실제로 5월 중국 내 총 여신이 1조1900억위안으로 4월에 비해 3분의 1이나 줄었다는 것이 인민은행의 발표다. 은행권의 신규대출 역시 지난 2개월간 급감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올 들어 대출 축소에 적극 나선 결과다.

중국의 정책 기조 전환은 가공수출 단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가공수출은 중국기업들이 홍콩에 수출할 때 실제보다 부풀려 수출액의 몇 배나 되는 투기자본을 수출대금인 것처럼 들여오는 수법이다. 중국은 이런 핫머니가 자산거품을 일으키고 위안화 가치를 상승시킨다며 지난달부터 본격 단속에 나섰다.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5월 1.0%로 급감한 것은 그 결과다.

중국이 대출을 억제하고 핫머니 유입 차단에 나서는 이유는 고성장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GDP의 거의 200%에 육박한 총 여신은 자칫 금융시스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다.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4월 중국 신용등급을 내린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핫머니 역시 부동산 등 각종 자산에 흘러들어 버블을 키우고 있다는 게 중국 당국의 입장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주말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1분기 성장률 7.7%는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과 질 향상을 위해 바람직한 수준”이라는 견해를 밝힌 것은 이런 저간의 사정을 말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성장둔화가 불러올 파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정책기조 변화는 글로벌 경제 전체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아마도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나라는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은 한국일 것이다. 중국 경제 동향을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아베노믹스에 휘청이더니 이번에는 중국발 독감이 몰려올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