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SOC 공사를 발주하면서 민간 사업자와 맺은 최소운영수익보장(MRG) 계약을 재조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적자 보전금이 너무 커 보장수익률을 낮추거나 자금조달 계획을 다시 짜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MRG는 SOC에 민자유치를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적자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그런데 2009~2012년 4년간 이 명목으로 나간 돈만 1조원에 달하는 등 재정부담이 너무 커 계약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2017년까지 SOC 예산을 12조원가량 삭감키로 한 것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소중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면 이는 분명 잘못이고 당연히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계약을 해놓고 뒤늦게 사정이 바뀌었다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곤란하다.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국토부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제47조 1항을 인용,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계약변경이 가능하다고 보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 조항을 이렇게 광의로 해석하면 정부는 말 그대로 아무 때나 계약을 뒤집어도 된다는 식이 되고 만다. 더욱이 이런 ‘유사시 조항’을 근거로 계약을 변경할 수 있다면 누가 정부를 믿고 계약을 체결하겠는가.

물론 민자 SOC 사업에 낭비적 요인이 많은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수요예측부터 부풀리기가 만연하고 설계변경 등을 통해 이런저런 비리와 부조리가 개입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은 사전에 철저한 조사와 검증을 통해 걸러내야 한다. 정부가 이미 계약을 체결한 뒤 사후에 공익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민간과의 계약을 헌신짝 취급한다면 계약 사회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다르다지만 정부까지 그래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