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창조경제 제1탄으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내놨다. 창업→성장→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게 그 골자다. 이를 통해 벤처영웅들을 대거 배출, 창조경제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설명이다. 이번에는 실패를 거듭했던 역대 정권들의 벤처정책을 답습하지 않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벤처대책도 과거와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창업 활성화, 정부 주도 펀드 조성 등은 이전 정권들도 들고 나왔던 단골 메뉴다. 정부가 벤처기업 수를 늘리는 데 급급하면 그 끝은 늘 버블이었다. 자금 회수를 위한 상장요건 완화 등 코스닥 진입문턱 낮추기도 마찬가지다. 사이비 벤처 출몰로 이어져 전체 벤처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결국 선진국처럼 회수시장 다변화에서 벤처생태계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라면 M&A 시장부터 활성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물론 정부도 M&A를 장려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는 했다. 하지만 정작 본질은 건드리지도 못했다. M&A 시 매수기업은 법인세 감면, 매도기업 주주는 증여세 면제 등을 당근으로 제시했지만 지금까지 세제혜택이 없어 M&A가 가로막힌 것은 아니다. 정부도 이를 아는지 대기업이 벤처를 인수하면 계열사 편입을 3년간 유예해주고, 중소기업 간 M&A로 중기범위 초과 시 3년간 중기혜택 유지 등을 함께 내놨다. 그러나 불과 3년 후면 맞닥뜨릴 규제와 부담이 뻔한데 누가 M&A에 적극 나서려 하겠나. 계열사 내부거래는 경우에 따라 징역형을 받아야 하고 인수시에도 순환출자금지 등 규제가 적지않다.

창조경제라는 이름 아래 나온 이번 벤처대책도 겉돌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경제민주화 입법 때문이다. 대기업더러 벤처를 M&A 하라지만 한쪽에서는 순환출자 금지 등으로 대기업의 손발을 묶기 바쁘다. 인수된 기업의 계열사 편입을 3년간 유예한다지만 내부거래 혐의로 언제 형사처벌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중소기업 간 M&A도 마찬가지다. 3년간 중기 혜택을 연장한다고 해도 이후에는 잔뜩 늘어나는 규제를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중기적합업종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굳이 덩치를 키울 까닭이 없다.

심지어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엔젤투자마저도 최근에는 지하로 숨는 분위기다. 경제민주화라는 모순된 정책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벤처대책이 백날 나와봐야 헛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