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지난 주말 엔저에 대한 지지를 거듭 확인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16개항의 공동성명은 “일본이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고 내수 확대를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최근 조치를 취했다”는 내용을 명시함으로써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다만 G20는 장기간 지속되는 양적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유념할 것이라며, 일본에 대해 신뢰할 만한 중기 균형재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론 차원의 경고를 했을 뿐이다. 사실상 일본 측 주장 그대로다. 일본 정부가 안도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외신들도 엔저에 면죄부를 준 회의였다고 비판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공동선언문이 일본을 기쁘게 했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당초 엔저에 대한 성토장이 될 것이라던 관측과는 동떨어진 결과다. 회의가 열리기 전에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이 “이웃국가를 거지로 만드는 (근린궁핍화) 정책은 안 된다”며 “엔저를 유심히 지켜보겠다”고 경고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엔저에 비판적인 독일 재무장관이 “일본의 금융완화에 대한 용인은 일시적”이라고 낙관론을 경계한 언급이 그나마 주목되는 정도다.

이번 공동성명이 신흥국의 주장을 반영했다지만, 이 정도 선에서 비판을 막으려는 입막이용 조치로 읽히는 측면도 있다. 일본은 돼도 신흥국은 안 된다는 G7 차원의 합의로 들리기도 한다. 한국은 상황이 더욱 어렵게 됐다. 내년까지 통화공급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일본에 제동을 걸 명분이 없어진 탓이다. 이제 엔저는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이번 회의 결과에 대해 할 만큼 했다는 식의 아전인수 격의 평가를 내리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 회의기간 동안 현오석 부총리가 북한 리스크보다 엔저가 더 위협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민망한 결과가 나온 마당이다. 벌써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5엔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G20 재무장관들로부터 추경 편성에 대해 칭찬을 들었다고 정부가 자화자찬할 상황이 아니다. 내수만 키워서 경제를 살릴 수는 없다. 정부는 대외전략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