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미국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은 박근혜 정부 조각 인사 중 단연 화제다. 고정관념을 날려버렸다는 점에서 그리고 인재풀의 다양성이라는 면에서도 그렇다. 답답증을 안겼던 그동안의 불통 인사 시비를 일거에 날린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기용이 우리 사회가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 관행에 매몰돼 왔음을 드러내는 하나의 사건이 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 인사는 기존의 정치 패러다임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퇴행적 논쟁이나 일삼고 헐뜯기에 매몰됐던 것이 그동안 우리 정치권의 분위기였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누구라도 도드라지면 기어이 망가뜨리려는 충동조차 없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능력을 검증하는 청문절차가 아니라 서로 간에 할퀴고 상처내는 그런 분위기로 흘러가던 상황이었다. 우물 안 개구리들의 치졸한 통과의례로 전락한 듯한 정치 프로세스였던 것이다.

그러나 김종훈 장관 후보는 위장전입이나 재산형성 과정, 병역 문제 등은 파고들 거리도 아닌 전혀 새로운 유형의 피검증자다. 국적 정도가 문제다. 그러나 국적을 따지자는 심리야말로 국내 정치의 폐쇄성을 증명하는 허망한 노력일 수도 있다. 영국 정부는 40대에 불과한 마크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초빙해, 영국 중앙은행 총재 자리를 맡기고 있는 정도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후임으로는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가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국적에 구애받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데려다 국가 핵심조직의 장으로 임명하는 게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글로벌 사회가 돼 버린 것이다. 그런 개방사회의 진면목을 새삼 느끼게 해준 계기가 바로 김 후보 지명카드였다.

일각에서는 ‘김종훈이 안철수를 일축시켰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모양이다. 아마 직업적 성취의 폭과 깊이에서 비교가 안된다는 의미일 게다. 박근혜 당선인의 조각 인사가 관료주의에 포위됐다는 비판도 있지만 적어도 김종훈 후보만큼은 새로운 가능성도 보여준 셈이다. 미래부 설치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 조직개편에 야당이 딴죽을 거는 듯한 상황이 오히려 화제가 되고 말았다. 관료 사회에도 새바람이 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