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엊그제 전국 시·도지사들을 만나 무상보육에 따른 지방 재정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취득세 감면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분도 중앙정부가 보전해주겠다고 말했다. 이런 약속이 현실화되면 중앙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무상보육 지원에 연간 8000억~1조3000억원, 취득세 보전에 2조9000억원 정도라고 한다. 이런 사정은 정부와 지자체가 무상보육 비용을 매칭방식으로 분담한다고 했을 때부터 예견됐던 사안이다. ‘가뜩이나 힘든 재정에 생색은 중앙정부가 내고 부담은 우리가 져야 하나’라는 볼멘소리가 지자체에서 충분히 나올 법했다. 취득세 감면도 정부가 지자체를 볼모로 선심을 쓰는 것에 불과하다며 반발했던 지자체다.

결국 무상보육이나 취득세 감면 모두 중앙정부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몫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복지 교육 의료 등 공약 소요재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골치가 아픈 것이 박근혜 인수위다. 부가세 문제는 더 큰 갈등 요소다. 부가세수 중 지방소비세 비율을 현행 5%에서 20%로 올리겠다는 인수위 방침이 관철된다면 정부 예산은 더욱 졸아들 게 뻔하다. 박 당선인은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를 올리고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중앙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세수를 보전해주는 것이 지자체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간주된다면 이는 본말전도다. 공기업 부채와 지방정부의 재정건전성은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할 때도 중요한 항목이다. 지자체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무상보육보다 오히려 시급하다.

박 당선인이 지자체장들에게 희망을 약속하는 것은 아름다운 장면일 수 있다. 그러나 돈 문제는 전혀 다르다. 당선인이 약속하면 국민이 감당해야만 하는 것인가. 공약은 아름답지만 그럴수록 세금청구서는 쌓여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