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 정무위 법제사법위 등 주요 상임위원회의 올해 국정감사가 24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3일 끝난 국방위까지 합하면 전체 16개 상임위 중 13개가 이날로 국감 일정을 마무리했다. 25일부터 31일까지는 여성가족위 정보위 국회운영위 등 3개 상임위만 열린다.

19대 국회 첫 국감이 시작된 지난 5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책 국감, 민생 국감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새 정부를 준비하는 민주당의 비전을 제시하는 국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뚜껑을 막상 열어보니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여야 의원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의식, 국감 기간 내내 상대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 공세로 일관했다. 국감장은 파행으로 얼룩졌다.

새누리당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대해 제기한 주요 의혹은 10개가 훌쩍 넘는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9일 외교통상통일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며 시작된 ‘NLL 논란’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 후보의 책임론으로 확대됐다. 안 후보에 대해서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의혹을 시작으로 안 후보 부부의 서울대 교수 특혜 임용 의혹 등을 물고 늘어졌다.

민주당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때리기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감 초기에는 박 후보의 조카사위인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 등의 측근 비리 의혹을 제기하더니 최근에는 ‘정수장학회 논란’ 키우기에 ‘올인’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하고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하는 주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BBK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 무엇이 다르냐”며 “박 후보가 집권하면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정치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감은 현 정부 임기 중 마지막 국감이었다. 지난 5년간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폈는지, 돈을 허투루 쓰진 않았는지 검증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대선 국면에서 상대후보에 대한 검증 공세는 펼 수 있더라도 굳이 국감장을 활용할 필요는 없다. 여야는 상대 후보의 약점을 잡겠다며 진흙탕 싸움을 벌인 끝에 정책검증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태훈 정치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