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설탕 독과점 구조를 깨겠다며 총 4만5000t(상반기 1만t)을 직수입하겠다고 나섰지만 곳곳에서 말썽이다. 말레이시아산 첫 수입분 2000t이 최근 반입됐는데 품질이 낮아 가격이 10% 이상 싼 데도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급기야 소비자에 직접 판매를 검토하는 외에 식품업체를 대상으로 은근히 설탕 구매를 강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체들의 고민만 커지고 있다. 정부 요구를 외면하면 할당관세 물량 배정 등에서 불이익이 걱정이고, 구입해봤자 당장 쓸 일도 없어 진퇴양난이라고 한다. 이 와중에 영세 수입상 30여 곳은 정부 탓에 시장이 무너질 판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설탕은 과자 빵 음료 등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필수원료이기에 식탁물가의 상징성이 크다. 1년 전보다 원당값이 20% 이상 내렸는데 설탕값은 안 내렸다는 게 정부의 직수입 이유다. 하지만 정부 개입은 물가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당초부터 많았다. 연간 수요량 90만t 중 5%를 수입해봐야 영향은 미미하고, 품질이 중요한 식품업체들로선 선뜻 원재료를 바꾸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수입산이 국산보다 10% 싸도 식음료 원가 중 설탕 몫이 10% 안팎이어서 가격인하 효과는 1%에 불과하다. 수입 설탕만을 써도 그렇다는 것이다.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 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어이없는 정책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 정부는 물가가 오를 때마다 즉물적으로 시장을 비틀거나 손보려는 나쁜 버릇이 있는 것 같다. 손목비틀기와 쥐어짜기에 이어 이제는 정부가 직접 심판도 아니고 선수로 뛰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알뜰주유소니, 공공제약사니 하는 것들이 모두 그런 사고의 연장선에 있다.

장바구니 물가불안의 근본원인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마구 뿌려댄 결과다. 돈값 폭락이 원자재와 물가 상승으로 나타난 것이다. 경기에 영향을 미칠까봐 금리인상 처방은 아예 제쳐놓고, 정부가 주유소 제약사 설탕수입사까지 직접 운영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몰라서 그런다면 어리석은 것이요, 알고도 쇼를 한다면 실로 악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