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재탕·삼탕' 학교폭력대책
“1995년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 2004년 학교폭력 및 예방에 관한 법률 제정, 2005년 학교폭력예방 5개년 기본계획 등 사고가 날 때마다 대책들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학교폭력이 줄기는커녕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요. 해결책은 대책의 재탕이 아니라 지속성에 있습니다.”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회장)

서울시교육청이 ‘학교폭력 근절 대책 수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지난 5일 첫 회의를 가졌다. 장 회장 등 16명으로 구성된 TF는 세 차례 회의를 더 연 뒤 오는 20일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TF 위원들은 첫 회의 때부터 가해학생 강제 전학, 학교폭력 예방 우수학교(교사) 인센티브 부여, 상담 활성화 등을 논의했다. 다양한 안건들이 토의됐지만 정작 위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대책’이 아닌 ‘관심’이었다. ‘학교 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관심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반복된 학교폭력 사례들을 보면 이런 지적에 수긍이 간다. 정부는 1995년 서울의 한 고등학생 자살을 계기로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검찰은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을, 경찰은 ‘학교 담당 경찰관제’를 각각 들고나왔다. 하지만 1997년 중랑구의 한 고교에서 터진 교내 폭력조직 일진회의 폭행 사건은 이런 대책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2001년 부산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고교생이 가해자를 살해한 사건이 벌어지자 민관 공동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를 발족시켰다. 2004년에는 ‘학교폭력 예방법’을 만들었다. 2005년 2월에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 5개년 기본계획’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뒤인 3월 일진회 폭력 사건이 다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같은 해 10월에는 경기도 시흥에서 학원폭력에 시달리던 여고생이 자살했다.

‘학교 담당 경찰관제’가 17년 만인 지난 4일 ‘스쿨 폴리스’로 이름만 바꿔 재활용된 것처럼 재탕·삼탕된 대책들은 헤아리기도 어렵다. “학교폭력이라는 시한폭탄이 터질 때마다 미봉책으로 넘어가는 일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의 지적이다. 정책 당국자들은 땜질식 단기처방을 내놓을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학교에 꾸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강현우 지식사회부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