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많은 국가들이 주춤하고 있는 지금,한국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

2009년 11월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을 최종 결정하는 자리에서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이 우리나라의 변화된 위상을 두고 한 말이다. 6 · 25전쟁 직후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67달러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다. 반세기 남짓한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 경제규모는 800배 이상 성장했고,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를 넘어섰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과 영향력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개도국 개발을 위해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지난해 12억달러에 달했다. 작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우리 주도로 '서울 개발 컨센서스'와 '다년간 행동계획'이 채택된 것은 우리의 변화된 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대규모 국제행사가 오는 11월 말 부산에서 개최된다. '개발원조 분야의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개발원조총회가 그것이다. 부산 총회에는 160여개국의 각료급 이상 정부 대표를 포함해 국제기구,시민사회,의회 대표 등 2000여명의 다양한 개발협력 주체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의 참석자들이 이처럼 다양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국제 개발협력 환경은 새로운 개발협력 주체 및 방식의 등장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빈곤퇴치와 경제성장이라는 인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인 파트너십 구축이 더욱 절실하다. 무엇보다 선진국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중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의 목소리가 반영된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G20 서울 정상회의를 통해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 역할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던 우리의 노하우와 경험은 개발협력 분야에서 폭넓은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에 유용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우리는 국제사회로부터 120억달러가량의 원조를 받았지만,원조를 받는 데만 그치지 않고 우리 자신이 개발 주역이 돼 무역,투자 등 새로운 개발재원을 창출하면서 발전을 이끌어 왔다. 우리의 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기 위해 관련 기관을 중심으로 발전과정에서 성공의 요체가 무엇이었고,실패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부산 총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최근 '다 함께 잘사는 세계'와 '나누는 기쁨,세계는 하나'를 부산 총회 공식 슬로건으로 확정했다. 부산 총회가 절대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전 세계 14억 지구촌 식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우리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민동석 < 외교통상부 제2차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