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가 다음 달 1일로 바짝 다가왔지만 국내기업들이 FTA 내용을 잘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수출업체가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인증수출자' 지정비율이 EU 기업들은 100%인데 반해 우리는 3분의 1에도 못미친다는 것부터 그러하다. 준비가 이렇게 허술해서야 남 좋은 일만 시켜줄 뿐 정작 우리는 FTA 이익을 제대로 못 볼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한 · EU FTA 발효시점이 예고된지가 언제인데 지금까지 정부는 뭘 했는지 묻고 싶다.

FTA 체결만으로 교역의 이익이 저절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흔히 FTA의 직접적 효과로 가장 많이 거론하는 관세인하 또는 관세철폐만 해도 그렇다. 상대방 국가로 수출하는 상품의 원산지가 FTA가 체결된 국가임을 입증해야만 비로소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환경,인증 등 규제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EU의 경우 원산지 검증 등에서 훨씬 강하게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런데 대부분 국내 중소기업들은 이를 모르고 있다. 이미 발효된 한 · 칠레,한 · 아세안 FTA 등 교역과정에서 원산지 증명위반 등으로 특혜관세를 추징당한 건수가 2006년 1월부터 2008년 9월까지 총 1561건에 달한다는 관세청 조사도 있지만 앞으로 한 · EU FTA에서는 그보다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FTA 체결국이 늘어날수록 서로 다른 원산지 규정 등으로 인한 거래비용 증가와 같은 부작용,이른바 스파게티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에 대한 우려만 커질 뿐이다.

정부는 총력을 다해 인증수출자 지정을 지원하겠다고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당장 수출인증자 신청을 하더라도 길게는 한 달까지 걸린다는 것이고 보면 정부의 홍보 노력과 사전 준비가 크게 미흡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관세청이나 중소기업청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그 많은 관련 부처나 지원기관은 어디에 정부예산을 쓰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