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1주기를 맞아 생각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불신구조다. 광우병에 이어 천안함에 이르기까지 사회불신을 조직적으로 생산하고 유포하는 병리적 현상들이 그치지 않고 있다. 친북 반미의 정치적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학적 사실까지 왜곡하고 과장하며 극단적인 반대투쟁으로 몰아가는 일부의 행태가 아직도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우리사회의 질병 그 자체다. 1%의 가능성을 99%의 사실로 둔갑시키고 끊임 없이 불신을 확대 증폭시키는 것이 정치인들과 일부 시민단체들의 행동 패턴으로 정착되었다고 할 정도다.

그런 점에서 지난 23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가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도발에 의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의미가 크다. 지난해 9월 조사 때 응답률 72.7%보다 높아진 것이다. 특히 북한의 도발로 생각하게 된 시점에 대해 '정부와 군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라는 응답이 23.3%에 달해 '폭침사건 직후부터'라는 응답(64.2%) 다음으로 많았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불신의 벽을 넘어 점차 성숙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대 젊은층 사이에서 국가안보에 대한 새로운 자각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증표다. 대학생들은 자발적으로 1주기 추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을 두고 "딱 보니 좌초"라는 식의 주장들이 사이비 과학용어들로 덧씌워지면서 한동안 한국 사회를 두동강낸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 대표가 최근 "민주당은 천안함 침몰에 대해 북한의 소행을 부인한 적도 인정한 적도 없다"며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다. 그동안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면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서도 여전히 침몰 원인에 대한 의혹이 남아있다며 진실을 규명하라고 생떼를 부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우리는 귀중한 젊은 장병 46명을 잃었다.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이 사회에서 사이비과학을 덧칠한 미신과 불신 풍조를 몰아내고 진실이 진실로 통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전사자들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