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의 생산라인을 멈춰서게 했던 비정규직 노조 파업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 비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17일부터 잔업 거부에 이어 2차 파업을 벌이기로 결의한 까닭이다. 지난해 25일간 계속된 파업으로 3000억원 이상의 매출손실이 발생했던 게 바로 엊그제 일이고 보면 보통 우려스런 상황이 아니다.

이 회사 비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2차 파업에 나서기로 한 것은 1차 파업 해제 때 노조가 내걸었던 형사고소 취하, 징계철회, 정규직화 대책 마련 등의 사안에 대해 회사 측이 무성의했다는 게 큰 이유다. 또 지난 10일 서울고등법원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 현대차와의 사이에 파견근로관계가 성립한다며 노조 측에 유리한 판결을 선고한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파업은 설득력이 없다. 1차 파업이 종료된 후 금속노조, 비정규직지회, 정규직지부, 현대차, 사내하도급업체로 구성된 5자협의체가 징계최소화 등의 원칙에 의견을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노조만 이를 거부했다. 이번 선택을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고등법원의 판결 또한 해당 개인에 대한 것인 만큼 각기 다른 조건에서 일하는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일괄 적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대법원은 같은 사안에 대해 2006년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던 만큼 전원합의체의 최종 판단이 나와야 할 상황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무조건 파업부터 벌이고 보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 생산라인이 멈추면 회사와 노조 모두에게 큰 손실이 초래될 것 또한 불보듯 뻔한 일이고 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로 풀어가는 게 순리다. 경제계도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사내하도급은 전자 철강 등 국내 대부분 제조업에 일반화돼 있고,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인원만 해도 36만명을 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자칫 잘못 처리될 경우 우리나라의 산업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문제는 결코 힘으로 밀어붙여선 안된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파업 계획을 당장 철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