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27일,일본의 유력 경제 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 표지에 한국의 소녀시대가 불쑥 등장했다. 40년이 넘는 역사와 일본 최고경영자(CEO)들의 높은 구독률을 자랑하는 경제지 표지에 외국 연예인이 장식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하니,가히 이들의 인기와 경제적 가치를 실감케 한다.

실제로 소녀시대는 일본 진출 두 달 만에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현재 일본 열도는 그야말로 '소녀천하'라 할 만하다. 일본 시장 성공에 힘입어 소속 기획사의 주가는 1년 새 7배 상승했고,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늘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대박 '9인 기업' 소녀시대에는 우리 기업들이 꼭 배워야 할 경제이론이 있어 보인다.

우선 밴드왜건(Bandwagon) 전략. '지지지지…''오오오오빠를 사랑해' 등의 노랫말과 멜로디는 삼촌팬(?)인 필자의 귀에도 쏙쏙 들어온다. 쉽고 강한 반복 어구는 금세 세간의 화제가 됐고 이내 관심 없던 사람들도 팬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소녀시대의 전략적 소통법이다. 과거 강남 주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김치냉장고,IT에 민감한 대학생들에게서 시작된 스마트폰처럼 유행에 편승해 군중심리를 유발한다는 밴드왜건 효과가 만들어졌다.

두 번째는 범위의 경제.사람들은 소녀시대 성공경제학으로 '선택의 폭'을 가장 많이 꼽는다. 각각의 개성으로 무장한 그들은 때로는 그룹 전체,때로는 개별적으로 활동해 다양한 관객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다시 말해 '윤아'의 연기를 좋아하는 팬,'태연'의 가창력을 좋아하는 팬,'써니 · 유리'의 개그본능을 좋아하는 팬 모두가 소녀시대의 팬인 셈이다. 최근 삼성전자,애플 등 유명 IT 회사들이 스마트폰의 생산 공정에 약간의 체계를 가미해 태블릿 PC를 출시한 것처럼 말이다.

다음은 치열한 경쟁.한국 아이돌 그룹은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합격하더라도 몇 년간 노래,안무,외국어 등을 배우는 연습생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물론 연습생이 된 이후 낙오되는 경우는 다반사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한국형 경쟁시스템'은 귀여움을 강조하는 일본 걸그룹을 넘어선 파워풀하고 세련된 무대를 탄생시켰다.

마지막으로 비전과 도전.문화 콘텐츠와 자원이 부족했던 한국에서 세계적인 팬을 거느린 그룹이 탄생한 데는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도전정신이 큰 몫을 차지했으리라 본다. 마치 한국 굴지의 기업들이 몇 십년 전 그랬던 것처럼.

얼마 전 소녀시대는 한 인터뷰에서 "소녀시대란 이름을 처음 받았을 때 '소녀'에 힘을 주었어요. 이젠 '시대'를 강조하고 싶어요. '시대'란 말을 쓰려면 전 세계적,그리고 문화적으로 큰 사건을 만들어야 겠지요"라고 말했다. 인력과 자원은 부족했지만 비전 하나만 보고 과감히 달려들었던 선배 기업인의 모습,소녀시대가 우리 기업인들에게 건네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이동근 <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dglee@korcha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