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포츠 마케팅업체 IMG는 프로스포츠계에서 '제국'으로 통한다. 세계 각국의 주요선수들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경기일정에서부터 스폰서 유치,이미지 관리 등을 대행하며 스포츠계를 쥐락펴락하기 때문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비롯 앤서니 김,최경주,세르히오 가르시아,미셸 위,폴라 크리머 등 골프스타만 100여명을 보유하고 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마리아 샤라포바도 이 회사 소속이다. 비외른 보리,크리스 에버트 등도 거쳐갔다. IMG가 스카우트 제의를 하지 않으면 '왕따'로 불렸을 정도다.

IMG가 설립된 건 1959년.변호사였던 마크 매코맥이 골프대회 구경을 갔다가 아널드 파머에게 개인 매니저 제안을 하자 파머가 전격 수용한 것.당시 매코맥과 파머는 계약서조차 쓰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끝까지 유지했다. 매코맥은 게리 플레이어,잭 니클로스도 끌어들인 후 탁월한 협상력과 창의력으로 이들을 대스타로 키워냈다. 지금은 선수 관리는 물론 대회 운영,이벤트,TV 프로그램 제작,골프 코스 디자인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2007년 골드만삭스는 IMG의 가치를 15억달러로 평가했다.

국내 스포츠 매니지먼트 시장은 아직 작다. 기성용 정대세 추성훈 박인비 등 20여명이 소속된 IB스포츠가 주도하는 가운데 군소업체들이 난립한 상황이다. 선수 두세 명으로 꾸려가는 경우도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아이스쇼 등의 사업을 벌일 ㈜올댓스포츠가 설립됐다는 소식이다. 김연아는 아직 IB스포츠에 속해 있지만 계약이 끝나는 내달 1일부터 올댓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박지성이 2006년 FS코퍼레이션과 결별하고 JS리미티드를 세운 것과 비슷하다.

김연아는 2007년 4월 수익을 75 대 25의 비율로 나누는 조건으로 IB와 3년간 계약해 연간 11억원,45억원,55억원씩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IB가 수익분배 비율을 90 대 10으로 조정하는 등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으나 김연아 측이 회사설립 쪽으로 방향을 틀자 일부 잡음도 생기는 모양이다.

김연아는 뛰어난 재능과 남다른 노력으로 세계 정상에 선 한국 스포츠의 아이콘이다. 국격을 높이는 데도 큰 몫을 했다. 이유가 뭐든 그를 둘러싸고 잡음이 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IMG의 창립자 매코맥처럼 어떤 상황에서든 선수들이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배려하는 게 우선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