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천안함 사건에서 두동강 난 천안함의 함미,함수를 인양하기 위해 거제도에 있는 2200t급 해상크레인이 동원돼 현지로 예인 중이라고 한다.

이번에 동원되는 해상크레인은 갑판에 크레인이 고정돼 활동 반경에 한계가 있는 타입인데,만약 우리나라가 4000~5000t급 회전식 해상크레인이 있었다면 인양작업에서 훨씬 더 효과적인 사용이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형조선소는 해상플랫폼,시추선,부유식 원유생산 저장선 등 제작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해상 설치장비의 운영 면에서는 대부분 외국에 하청이나 용역을 주고 있어 아까운 외화를 낭비하고 기술 축적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가 과거에 근무했던 현대중공업에서도 해외 국영석유회사나 메이저 석유회사로부터 해양플랜트의 제작과 해상설치공사를 턴키로 수주한 경우가 많았다. 발주처에서 요구한 공기 내에 문제없이 해양플랜트를 완공했음에도 불구하고,정작 해상설치 공사를 위한 해상 장비가 부족해 외국회사에 하청을 주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때 미국의 맥드모트 혹은 이탈리아의 사이팸 등 대형 해상장비 운영사들의 횡포로 해상장비 임대에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당시 필자가 주장해 현대중공업은 해상장비를 어느 정도 갖추었으나 아직도 세계적 수준에는 미흡하다.

해상장비는 잘만 운용하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번 천안함 사건에 동원되는 해상크레인과 동급인 '설악호'도 국토해양부에서 항만공사용으로 건조했는데,건조 당시에는 사용이 제한적이며 유지보수비도 상당해 매물단지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요즘은 조선소에서 선박 건조시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돼 수익을 내는 구조로 돌아섰다.

해상크레인 외에도 심해 해상작업을 하려면 사이드스캔 소나(Sidescan Sonar · 해저탐색용),포화잠수시스템(Saturation Diving System · 8시간씩 3교대로 계속 심해작업을 할 수 있는 챔버),ROV(해저 로봇장비),트렌칭 머신(Trenching Machine · 갯벌을 파내는 장비) 등은 하청을 주어 하는데 이런 장비가 구비돼 있다면 이번 천안함 사건에서도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구출 및 인양 작업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느끼는 험준한 바다에서는 적절한 장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해상장비의 운영 분야에 참여하려면 장비,운영기술 및 자본의 세 가지 요소가 요구된다. 대형 장비는 국내에서 자체 생산이 가능하고 필요한 장비는 구입하면 되니까 문제될 것이 없으나 운영 기술에서는 노하우가 없으므로 기술자를 훈련시켜야 한다. 한국인들의 우수한 능력과 기술에 비춰볼 때 정부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한다면 어렵지 않게 금방 기술 요원들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문제도 우리 정부 및 기업들의 재정 능력으로 보아 이제는 충분히 여건이 성숙해 있다. 우리가 아직 취약한 해상장비들에 집중 투자한다면 해양산업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천안함 사건 같은 응급상황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앞으로 2년 후 여수에서는 엑스포 해양박람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지금부터가 해양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2년 후의 여수에서 모바일하버 시제품을 출품하기 위해 이미 대우조선해양이 200억원,신안중공업이 100억원,반도호이스트가 50억원의 출자 의사를 밝혔는데 나머지 15% 정도는 정부출연이 필요하다. 지금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바일하버 시제품 운용을 보기 위해 학수고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양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해상장비 분야 운영사업에 투자해 힘을 길러야 한다.

안충승 < KAIST 전문특훈교수·해양공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