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철이 따로 없다는 시대다. 그래도 9월 이후 청첩장이 부쩍 늘어난 걸 보면 가을은 여전히 결혼하기에 좋은 계절인 모양이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관심과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회적 풍토 때문인지 혼수비용은 날로 커진다.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위화감을 증폭시킬 정도다.

정부에서 '가정의례준칙'을 동원,호텔 예식 불허와 답례품 금지 같은 규제를 하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본 것 같지 않다. 결국 호텔 예식을 허용한 이면에는 예식장 이용을 둘러싼 민원도 한 몫 했다고 한다. 예식장을 예약하려면 드레스 대여와 사진 촬영 등의 종합 서비스를 받도록 요구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그런 '횡포'가 어디 있나 싶던 차에 예식장 사업을 하는 지인에게 사정을 듣게 됐다. 정부의 가격 규제에 따라 예식장 이용료는 좌석당 얼마씩만 받게 돼 있는데 그 가격으로는 적정한 이윤은커녕 현상 유지도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부대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챙기는 구조로 변질됐다는 건데,알고 나니 더더욱 한숨이 나왔다.

근래엔 골프장에서 비슷한 일을 본다. 택시 타기 어렵던 시절 택시 잡는 솜씨로 사윗감의 생활력을 가늠한다는 말이 있었는데,요즘은 영업 담당자들의 골프 부킹 실력이 능력으로 치부되곤 한다. 여러 팀일 때는 더하다. 그러다 보니 골프장에서 단체팀에는 1인당 얼마 이상의 부대 서비스 이용을 요구하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부대 서비스는 식음료와 물품 판매가 주류를 이루는데,단체팀의 경우 식음료대만으론 할당받은 목표치에 모자라 시상품과 참가상 명목의 선물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입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의류매장에 가면 바지만 사려다가도 판매원의 권유에 따라 예정에 없던 윗옷까지 사는 수가 있지만,누구도 이를 끼워팔기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더 많은 물건을 팔고 싶어하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관점과 태도로 설득하는 까닭이다.

많은 사람들이 은행 하면 떠오르는 가장 부정적인 이미지로 '꺾기'를 든다. 그러나 은행의 수익 구조는 대출 외에도 은행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의 가격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서비스 가격 가운데 일부는 사회적인 압력이나 정부의 억제책에 따라 원가에도 못 미치게 책정되는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꺾기도 그 같은 왜곡된 가격 구조의 부산물적 성격이 강하다.

문제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이자의 양편계산(오늘 빌리고 내일 갚아도 이틀치 이자를 물도록 하는 것) 방식을 바꾸는 등 많은 변화가 이뤄져 왔다. 하지만 몇몇 개별 서비스 값이 지나친지 아닌지를 놓고 논쟁하기보다는 공시제도 등을 통해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은행별 서비스 가격 비교표 같은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시장 기능을 통한 조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이상적이지 싶다.

김선구 < 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sunkoo2000@yaho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