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 중견간부인 A검사와 대화를 하다 주제가 자연스럽게 '조두순 사건'으로 흘러갔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최근 발언도 화제가 됐다. A검사는 "사법부 수장이 그런 인식을 갖고 있으니 성폭행 범죄가 끝없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판사들은 오만하게 사건을 바라보지 말고 성범죄자에는 가능한 최고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검사는 왜 이렇게까지 강하게 말했을까. 이 대법원장은 최근 조두순 사건에 대해 "일시 여론에 양형이 흔들리면 사법 신뢰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여론에 휩쓸려 법에 따른 처벌 대신 자의적으로 형을 선고하거나 형량을 변경하는 일은 법치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다소 과열돼 있는 여론에 대해 사법부 수장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이 대법원장이 말한 것과는 다른 부분에 있다는 지적이다. A검사뿐 아니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이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타성적이고 형식적 사고다. 문제의 핵심은 성범죄는 중형으로 다스려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성범죄 엄단은 판결로서만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중형과 함께 가석방 없는 형기 집행,출소 후 철저한 관리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서민이라 사회복지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

그러나 '성폭행 범죄는 땅에 발 붙일 곳이 없게 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수 국가가 물리화학적 거세나 종신형,얼굴 및 신상공개 등 가혹하리만치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이유는 사회적 합의와 함께 사법부의 철저한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조두순 사건에 대한 여론을 보면 성폭행범 엄단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어느 정도 이뤄진 듯 하다. 성폭력 피해자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정신적 · 육체적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최근 친딸을 성추행한 범인에게 울산지법이 '징역 2년'을 선고하자 "꽃을 꺾어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형을 당해도 마땅하다"며 피해자 가족들이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냈다. 셀 수 없는 다른 피해자들도 같은 심정일 것임을 사법부가 살피길 기대해 본다.

이해성 사회부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