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화 < 유타대 교수·항공평론가 >

바야흐로 에어쇼 시즌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해마다 여름이 시작되면 여러 비행장에서 에어쇼가 열린다.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솔트레이크 시에서 북쪽으로 가면 미 공군의 주력기 F-16 훈련기지이며 거대한 수리창인 '힐'공군기지가 있다. 그곳에서 열린 올해의 에어쇼는 좀 특이했다. 예년과 달리 시민들을 무료 입장시켰고 미그15기와 미 해군의 T-2 전투기 간 실전을 방불케 하는 공중전이 있었다.

미 공군의 주력기는 아직까지 F-16과 F-15기다. F-22기는 쇼에 참여하긴 했으나 일반인의 관람은 허용치 않았고 멀리서만 볼 수 있게 했다. F-15기의 조종사 메그넘 대위는 F-16기와 모의 공중전을 치러 봤지만 작은 기체가 너무 빠르고 민첩하여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F-15는 크고 무겁다. 그러나 전자 장비로 가시거리보다 훨씬 먼 지점에서 로켓트를 발사하기 때문에 구태여 민첩한 동작이 무슨 필요 있느냐는 것이 그 설계 조건이었다.

전통적으로 미국 전투기들은 크고 무거워 기동성이 떨어졌다. 조종사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설계지침이었기 때문에 이중 삼중의 안전 장치를 갖추다 보면 비행기는 무거워지고 그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선 엔진출력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으니 자연히 기동성을 희생하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기동성이 떨어지는 대신 우수한 무기와 전자 장비를 갖추고 조종사 교육을 철저히 했다. 한국전 당시 항공역학적으로 보면 소련의 미그15기가 미국의 F-86보다 우수한 전투기였지만 F-86이 3배의 격추율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는 우수한 무장장비와 조종사 자질에 있었다는 평이다.

월남전 막바지에 미 공군은 주력기였던 F-104,F-105가 미그17기에도 격추되는 치욕을 당했고 전투 조종사들은 무겁고 큰 F-104에 '미망인 제조기'란 별명을 붙였다. 그때 보이드 중령 등 영관급 장교들이"획기적인 새 전투기가 없으면 미 공군은 계속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국방성의 늙은 장군들은 전역 후에 갈 곳이나 찾는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하다 결국 전역을 당했다. 보이드 중령은 전역을 당한 후에도 조지아 공대에서 연구를 계속해 소규모 경량 전투기를 생산하는데 이바지했다. 그렇게 만든 것이 F-16 이다. 북한이 내세우는 미그23보다 한 세대 앞선 전투기다. 북한은 제대로 비행 훈련도 못 했고 정비도 안된 미그23으로 우리군이 갖춘 F-15,F-16에 말 장난을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