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어렵다. 갓난아이 키우기는 더하다. 아기가 예민하거나 낮밤을 바꾸기라도 하면 실로 예삿일이 아니다. 낮엔 쌔근쌔근 잘 자다가도 밤만 되면 안자고 보채는 까닭이다. 안고 달래다 잠든 것같아 살짝 내려놓으면 귀신같이 알고 깨서 칭얼거리는 통에 다시 안아줘야 한다.

어떤 아기는 안고 서 있다 앉기만 해도 운다. 도리 없이 밤새 서성거리다 보면 엄마 아빠는 녹초가 된다. '잘 울면 목청이 좋다''예민한 애가 똑똑하다''모로 본능(엄마품에서 떨어지면 큰 일 난다고 여기는 데서 비롯되는 반응)이니 곧 없어진다'지만 견디기 쉽지 않다.

잠을 못자 피곤한 건 그렇다 치고 아기의 발육이 더뎌지지 않을까,마음 속 짜증이 아기에게 전달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까지 겹치면 스트레스는 가중된다. '까짓것 울게 내버려둬 볼까' 하다가도 그랬다가 버릇은 못고치고 아기 성격만 나빠질까 싶어 다시 안아들게 마련이다.

육아 이론은 계속 뒤바뀐다. 수유만 해도 '시간을 정해 하는 게 좋다''아기가 원할 때마다 주는 게 정서적으로 낫다' 사이에서 왔다갔다 한다. 세상만사가 다 비슷하지만 아이 키우기에도 정답은 없는 셈이다. 그렇긴 해도 아기는 가능한한 혼자 재우는 게 좋다는 발표가 나왔다.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수면센터 조디 민델 박사의 연구 결과 부모와 따로 자는 서양 아기가 함께 자는 아시아 아기보다 더 오래 푹 잤다는 것이다. 아기들은 원래 밤에 2~6번 깨는데 이 때마다 부모가 얼러주면 혼자 잠드는 법을 배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니 같이 자더라도 잠드는 순간만은 부모의 존재를 느끼지 않도록 일부러 떨어져 있을 필요가 있다고 한다. 국내에선 예로부터 아기는 손을 타면 안된다고 했거니와 민델 박사 역시 아이가 조금만 뒤척여도 돌봐주기보다 규칙적으로 잠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낫다는 조언이다.

잠재우기만 그러하랴.자식이 칭얼거릴 때마다 부모가 일일이 반응하고 뭐든 해주려 들면 '모로 본능'이 영영 사라지지 않을지 모르는 일이다. 어떤 부모도 영원히 자식 옆에 있을 순 없다.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우도록 하려면 어려서부터 제 일은 제가 하도록 거리를 두는 것도 괜찮다 싶다. 사막 등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동식물일수록 더욱 질기고 강한 생명력을 지닌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