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를 맞아 정부정책이 다양하다. 지난해부터 온갖 방안이 제시됐다. 금융과 기업 지원,투자와 소비 유도,복지와 고용 개선…. 가히 전방위적이다. 이것저것 뒤섞이고 때로는 새로워 보이지만 정책의 기본과 원리는 사실 단순하다.

금융과 경제의 큰 틀부터 보자.포인트는 크게 봐서 세 가지다. 금리,환율,외환보유액이다. 근래 국내외 경제여건을 보면 이 셋 중 어느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한쪽을 좇으면 다른 쪽이 튀고,튀는 쪽을 억누르면 다른 곳이 불안해진다는 점이다. 환율을 원하는 대로 유도하자니 외환보유액이 떨어지고,대외적으로 내세울 만큼 달러를 쌓아두려니 환율 불안정세가 계속된다. 가계와 한계기업을 감안해 금리를 내려왔는데 환율방어엔 도움이 안 되고,외환사정만 보자면 금리를 올리는 게 좋은데 그럴 수도 없다. 당국의 고민과 역량은 이 세 꼭짓점이 균형을 잘 이루면서 안정된 삼각형이 되게 하는 데 있다. 물가도 가두는 이 삼각점을 개인들도 잘 볼 필요가 있다. 이 원리를 이해하고 흐름에 순응하면 위기라지만 최소한 자산 손해는 피할 것이다.

개별 정책은 두 방향으로 대별된다. 먼저 여유가 있는 쪽이 돈을 쓰게 해 경제가 돌게 하는 것이다. 투자유도이면서 소비진작책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경기부양을 위한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 잇따르는 부동산 관련 규제 철폐가 전형적이다. 영리병원을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라고 이름을 바꾼 채 엊그제 발표된 병원과 의료의 산업화 정책도 그런 예다. 문제는 이 방향에 대한 특혜니 퇴보니 하는 비판이다. 위기가 '위험+기회'라니,위기국면은 경제적 여유층에 먼저 기회가 될 수밖에 없는 게 유감이지만 현실이다. 경기활성화 방안인 한 부작용을 최소화하자 해야지,한쪽으로 기회가 쏠린다해서 일련의 규제완화책 자체를 부인해서는 해법이 난망하다. 물론 건설 · 부동산을 활성화한다며 특정지역의 용도를 마구 바꿔주고 용적률을 쉽게 올린다면 특혜다. 개발이익환수 방안도 있다지만 불완전하다. 이렇듯 보완할 부분도 많지만 기업관련 규제 완화의 흐름을 막으면 자칫 위기의 골을 더 깊게 할 수 있다.

정책의 다른 방향은 경제적 약자를 향한 것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직접 복지가 강화되고 특히 고용 확대에 공공부문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들이다. 이번 민생대책과 수십조원의 슈퍼추경도 주로 이쪽을 겨냥한다. 이런 형편에 특정 프로그램은 일시적이고 질 낮은 일자리만 만든다는 식의 비난 일변도는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 생산적이면서 장기적이고 보기에도 버젓한 일자리를 누군들 마다하랴.현실이 못 따르니 쉽지 않다. 당장 호구책을 염려하는 백수들만 수백만인데 그런 고급 일자리를 언제 만드나. 물론 강 정비가 운하와 연계되느니 않느니 하는 것은 그것대로 별개의 논쟁거리다.

다급하다 해서 정부가 고민도 않고 판에 박힌 정책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좀 더 생산적인 정책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할 책임은 당연히 정부에 있다. 소통에 나서든,읍소를 하든 다수 국민의 동의도 정부 스스로 끌어내야 한다. 정책에 건강한 비판은 언제나 필요하겠지만,위기정책에 문제만 제기해서는 배고픈 것에도,배 아픈 데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지금 비상시기가 만든 어려운 딜레마다. 이 위기를 방치하거나 대책이 잘못되면 당장 약자의 고통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 다음 결과는 양극화의 심화다. 실은 그게 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