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대학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잣대로는 교수 대 학생 비율,교수 논문피인용 횟수,연구개발비 규모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시대를 맞아 새로운 평가기준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른바 '국제화지수'로 통용되는 외국인 교수와 학생의 비율이다. 국적을 막론하고 석학 유치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고,유학생들이 찾아올 만한 프로그램이나 시설 등에 어느 정도 투자하고 있느냐에 따라 대학의 글로벌화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런 맥락에서 영국 '더 타임스'의 올해 세계대학 평가 결과는 다시 한 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 대학 가운데 50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서울대마저 외국인교수 비율에서 23점(100점 만점),외국인학생 비율에서 37점을 받을 정도로 국제화 부문에서 낯부끄러운 성적을 거뒀다.

이에 비해 아시아지역에서도 싱가포르국립대가 외국인교수 비율과 외국인학생 비율에서 모두 만점을,홍콩과기대는 만점과 97점을,홍콩대는 만점과 92점을 각각 받았다. 게다가 이들 대학은 해외 고급두뇌를 활용해 글로벌 추세로 자리잡은 융ㆍ복합연구체제를 구축하고 세계가 주목할 만한 연구논문을 양산하고 있다. 전체 순위에서도 서울대를 훨씬 앞지르면서 글로벌 대학으로서의 위상을 다져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평가 결과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 대학이 글로벌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해외 석학과 고급두뇌 유치를 통해 국제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국내 대학들이 세계유명 대학처럼 수억원의 연봉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스타급 교수초빙에 나설 만큼 여유가 없는 것은 물론 정원문제 등으로 인해 선뜻 외국인학생 유치에 나서기도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12년까지 국내 대학에 8250억원을 지원하는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World Class University)육성'사업을 펼치고 나선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일 게다. 더구나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기초과학 육성과 차세대 융ㆍ복합기술 개발이 화급한 마당이고 보면 원천기술의 보고인 연구중심대학 육성은 나름대로 명분이 있을 뿐더러 당위성 또한 충분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실제로 노벨상 수상자 9명을 포함,81명의 저명한 학자가 초빙돼 강의와 연구에 나서고,태양광 발전과 그린에너지 등 녹색성장 관련 분야와 나노의학 익스트림건설공학 금융공학 분자치료 비즈니스공학통계 등 융ㆍ복합분야 학과들이 내년부터 개설된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연구와 교육 인프라 등 기본적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석학이 강의하고 연구한다고 해서 우리 대학이 갑자기 세계적 수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유치 학자들에 대한 연봉과 연구장비 연구비 등 지원이 해외 유명 대학들에 비해 크게 미흡해 과연 석학들이 열성을 다해 연구에 매진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글로벌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연구 중심대학 육성을 위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혹시나 엄청난 세금을 투입하는 이번 사업이 돈 잔치로 끝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둘러 대비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