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연가' 방송 전과 후 일본인의 한국인에 대한 태도는 확연하게 달라졌다고 한다. 관광객 증가 등의 가시적 성과보다 더 큰 국가 이미지 제고의 성과다. 욘사마 곧 배용준의 힘이다. 지난 봄 내한했던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반듯한 모습은 그와 영국을 함께 돋보이게 하고도 남았다.

연예인과 운동선수의 위력은 이처럼 측정할 길 없다. 한 사람의 이미지는 소속 팀 및 국가 이미지와 고스란히 중첩되는 까닭이다. 인기스타에게 외모와 실력 외에 교양과 매너,도덕성이 함께 요구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각같은 얼굴과 뛰어난 실력도 막돼먹은 자세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때문에 미국의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은 평소 이미지 관리에 공을 들이는 건 물론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정신과 상담도 받는다는 마당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프로선수단에선 선수 개개인이 운동도 운동이지만 모범적이란 느낌을 주도록 걸음걸이와 표정같은 외모 조절부터 인터뷰 대처법과 팬과의 의사소통법까지 가르친다.

미국 올림픽위원회가 베이징올림픽 출전 선수단에 '대사(Ambassador) 프로그램'이란 이름의 예절교육을 이틀 동안이나 시켰다는 소식이다. 간단한 행동강령만 일러주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식사 에티켓을 비롯한 중국의 풍습과 문화,각종 유의사항 등을 집중 교육시켰다는 얘기다.

선수들의 실수나 잘못으로 가뜩이나 실추된 미국의 해외 이미지가 더 악화될까 걱정한 나머지 취한 조치같다는 보도다. 그도 그럴 것이 올림픽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은 전 세계에 중계된다. 경기 중 자세는 말할 것도 없고 경기장 밖의 말과 행동까지 주최국을 비롯한 세계에 실시간으로 전해진다.

개개인이 대사(大使)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어디 미국 선수뿐이랴.개막식이 치러지는 8일부터 24일까지 세계의 이목은 베이징 올림픽에 쏠릴 것이다. 우리 선수들 역시 탁월한 기량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건 물론 정정당당한 자세와 부드럽고 사려깊은 태도로 한국의 대외 이미지를 한층 더 높이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