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지와의 회견에서 서울ㆍ평양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안한 것은 상당히 주목되는 일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정책의 변화 예고와 북한의 도발적 언행 등으로 남북관계가 다소 경색된 국면에 있지만 북한이 결국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남북간에 새로운 전기(轉機)가 마련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도 남북 연락사무소 얘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제안은 그 때와는 분명히 달라보인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남북 최고책임자 간 의사소통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무소를 운영하자고 말한 것이 그렇다.

일회성이 아닌 상설기구이자 남북정상간 핫라인 개통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정상 간 지속적인 대화채널이 마련된다면 정치적 긴장완화는 물론이고 경제협력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경협 사업과 관련한 4대 원칙도 눈길을 끈다.

비핵화 진전에 따른 단계적 지원,경제적 타당성,재정부담 능력,국민적 합의가 그것이다.

이는 남북경협을 상호주의적,실용적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것인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남북경협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바탕이란 점에서 북한에도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도 이런 4대 원칙과 같은 맥락(脈絡)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새 정부로서는 첫 카드를 꺼낸 것이고, 북한의 선택에 따라선 미국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남북관계가 동시에 크게 진전될 수 있는 상황이다.

무엇이 북한경제와 한민족의 장래에 유익한지 북한이 전향적으로 생각한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