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인 지난 10일(현지시간) 오전.월가의 트레이더들에게 사발통문이 돌았다.

'더 플라이(The Fly)'라는 일종의 인터넷 매체발 급전이었다.

내용은 '베어스턴스 유동성 위기설'이란 단 한 줄.불안감을 느낀 트레이더들은 베어스턴스와 거래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주식계좌를 가진 투자자는 계좌를 해지했다.

펀드투자자들은 현금을 인출하러 나섰다.

'유동성 위기설'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베어스턴스 최고경영자(CEO)인 앨란 슈와츠는 "앞으로 12개월 동안 채권을 추가 발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유동성은 충분하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별 무효과였다.

다음 날부터 베어스턴스에 자금을 빌려주던 은행들마저 모기지 관련 증권을 담보로 인정할수 없다고 나섰다.

베어스턴스로선 자금은 빠져나가는 데 돈은 구할 수 없는 늪에 빠져 들었다.

이틀 후인 12일 슈와츠는 다시 한번 "유동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실제 이날까지 베어스턴스는 170억달러의 현금을 확보해 뒀다고 한다.

그러나 슈와츠의 거듭된 해명은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었다.

르네상스펀드 등 헤지펀드들마저 뭉칫돈을 빼내가면서 170억달러는 이틀 만에 바닥나고 말았다.

그리고 13일 오후 6시.슈와츠는 JP모건체이스의 CEO인 제임스 다이몬에게 'SOS'를 쳤다.

다이몬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이를 알렸고 FRB는 밤새 베어스턴스의 자금 상황을 점검했다.

다음 날인 14일 새벽 5시.벤 버냉키 FRB의장과 헨리 폴슨 재무장관 등은 2시간 동안 전화회의를 통해 긴급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그날 오전 10시30분.슈와츠는 사내방송을 통해 "동요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말을 들은 한 트레이더는 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자리를 잃을 것 같다"고.이틀 후인 16일 베어스턴스가 JP모건에 헐값에 팔리면서 전화내용은 현실화됐다.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가 진행된 지난주는 이랬다.

소문이 소문을 낳고 결국 헐값에 넘어가는 모습이 1997년 우리나라 외환위기와 너무나 닮았다.

모기지증권에 대한 지나친 투자로 화를 자초한 게 사실이지만 유동성 위기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