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충남 당진군 송악면 복운리 일대의 공단 배후단지.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가 자리잡은 송산공단과 동부제강이 있는 고대·부곡 국가산업단지 등의 배후 주거지역인 이 곳은 퇴근시간이 되자 형형색색의 작업복을 입은 젊은 근로자들로 북적거렸다.

작업복에는 '현대제철' '동부제강' '엠코' 등 철강·건설업체들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2년 전 이곳에 갈비집을 연 심연섭씨(49)는 "처음엔 허허벌판에서 어떻게 장사하나 많이 걱정했다"며 "지금은 회식이 겹치면 자리가 없을 때도 많다"고 전했다.

근로자들뿐 아니라 이들을 따라 이주해온 가족들로 지역 전체가 젊어지고 있다.

노인들만 시골을 지키는 다른 시골 마을과는 영 딴 판이다.

인구 13만명의 충남 당진군은 현대제철 관련업체를 비롯 해마다 100개 이상의 기업이 터전을 옮겨오고 있고, 인구도 3000~4000명씩 유입되고 있다.

도시화도 빠르게 진행돼 산을 깎은 자리에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보니 당진의 놀랄 만한 변신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같은 충남인 부여군은 당진군을 늘 부러워한다고 한다.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그럴 만했다.

부여는 면적이 624.6㎢로 당진(664.5㎢)과 유사하지만 인구는 7만8000명으로 절반 수준이다.

재정자립도,지방세수는 각각 당진의 40%,38%에 불과했다.

당진이 시골마을에서 '대처'로 바뀐 것은 전적으로 기업유치에서 비롯된다.

당진군은 지난해 105개의 기업을 유치했지만 부여군은 8개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기업유치가 지자체의 명암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셈이다.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당진의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2011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가 본격 가동되면 당진이 울산,포항을 능가하는 기업도시가 될 것"이라고 꿈에 부풀어 있다.

'현대제철의 발전이 곧 당진의 발전'이라는 등식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였다.

이렇다보니 당진군도 기업 '기(氣)살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업이 주인이 되는 당진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선언한 당진군이 다른 지자체를 제치고 앞으로 얼마나 더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어 낼지 궁금하다.

당진=송대섭 산업부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