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열매는 기도,기도의 열매는 믿음,믿음의 열매는 사랑,사랑의 열매는 섬김,섬김의 열매는 평화.' 고아와 빈민의 어머니로 불린 마더 테레사가 인도 캘커타 '마더 하우스' 방문객들에게 줬다는 명함의 내용이다.

뒤집으면 평화는 섬김(봉사),섬김은 사랑,사랑은 믿음에서 비롯된다는 얘기다.

평생을 맨발로 살았으면서도 그가 기도하던 방엔 '존경받고 찬양받고 인정받고 명예로워지고 인기를 끌려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소서'라고 쓰여 있었다 한다.

평화와 행복은 다른 사람들 위에 올라섬으로써 얻어지는 게 아니라 주위를 돌아보고 나눌 때 찾아오는 것임을 확신했던 이의 모습이다.

마더 테레사의 삶을 반추할 것도 없다.

죽을 둥 살 둥 애써 내로라 하는 자리에 앉았다 내려온 뒤 화평한 얼굴로 지내는 이들의 얘기는 한결같다.

"재산 권력 인기를 향해 내달릴 때는 늘 헛헛했다.

잃어버릴까,빼앗길까 봐 불안했다.

위만 쳐다보던 데서 벗어나 주변을 살피고 적은 것이나마 나누기 시작하고 나서야 편안해졌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이 취임사에서 서울대의 목표 중 하나로 '프로네시스를 바탕으로 한 나누고 베풀고 희생하는 리더 육성'을 꼽았다.

'프로네시스'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진짜 행복해질 수 있는지 판단할 줄 아는,사려깊고 현명한 태도를 포함한 삶의 실천적 지혜를 뜻한다고 한다.

타고난 재주와 남다른 노력으로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학에 들어가 보다 나은 내일을 향해 뛰는 건 격려하고 치하할 일일지언정 비난하고 공격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것을 얻고 누려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없으면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잘난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지 않은 것은 자신의 자리나 소유가 모두 제 힘에 의한 것이라고 믿어 그 무엇에도 고마워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돈과 힘,명예 모두 움켜쥐려 할수록 손 안의 모래처럼 자꾸 빠져나가는 듯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는 고백도 많다.

서울대 총장의 취임사에 든 프로네시스가 주목받는 이유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