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東振 < 연세대 교수·경영학 >

기업에 대한 고객의 신뢰는 이제 윤리적 차원을 넘어 기업의 중요한 차별화된 경쟁 전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고객을 배려하고,윤리적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 존슨앤드존슨은 남들에게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질 일들은 절대 하자 말라는 자체 윤리행동 지침(the red face test)을 정하고 있으며,GE에서도 신문에 나더라도 거리낌 없을 행동만 하라는 윤리행동 지침(the newspaper test)을 실행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평소 윤리 강령(綱領)을 잘 지키다가도 실제 위기 상황에서의 미숙한 대처로 인해 고객의 신뢰를 한꺼번에 잃기도 한다.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위기관리 방안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제시된다.

첫째는 최고경영층에 의한 즉각적인 대응이다.

한 예로 미국에서 재무 관련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인투잇(Intuit)사의 스코트 쿡 회장은 공항으로 가던 중 최근 출시된 자사의 프로그램에 오류(誤謬)가 있음을 보고 받고 그 자리에서 영수증 확인 없는 전량 교환이라는 즉각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결정은 후일 고객의 신뢰로 이어지게 됐고,80%라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의 확보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시장 진입을 막아내는 성과로 이어졌다.

둘째는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책임감이다.

존슨앤드존슨은 자사의 제품인 타이레놀이 독극물 사건에 연루됐을 때 자사의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130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출하된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책임 있는 대책과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대(對)고객 커뮤니케이션에 힘입어 타이레놀은 고객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했고 오늘날 1조5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반면 위기대처에 미숙했던 기업은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생수제조회사인 페리에사는 자사의 생수제품에서 벤젠 성분이 검출됐을 때 늑장 대응,직접 해명보다는 매스컴을 통한 발표,그리고 원인 조사 결과에 대한 번복 등 위기 관리의 미숙함을 보였다.

이후 페리에사는 북미대륙에서 출하된 7000만병에 대한 전량 리콜이라는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지만,결국 오늘날 우리에게 더욱 잘 알려진 에비앙이라는 경쟁제품에 대부분의 고객을 빼앗기고 말았다.

식품업체의 생명은 고객의 신뢰다.

이번 학교급식사태 속에서 CJ푸드시스템의 위기대처 방안은 몇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째는 최고경영층에 의한 즉각 대응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사태 발생 4~5일이 지난 후에야 나온 대응책,사고 원인 규명이 안된 상태에서 학교 급식시장으로부터의 전격적인 철수 결정을 보면서 아쉬운 감정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전체 회사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학교 급식사업으로부터의 철수,220억원 상당의 시설 기증,그리고 영양사 관련비용 지원 등은 기업 입장에서 결코 쉽지 않은 결정임에 분명하다.

책임회피에 바빴던 타 기업들에 비해 이 같은 자세는 사태에 포괄적 책임을 지는 훨씬 성숙된 자세임에 분명하지만 즉각적인 대응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노력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둘째 장기적인 책임감 측면에서 봤을때 직영(直營)시스템이 정착하기까지 일정 기간만이라도 축적된 체계적인 경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위생 안전 확보를 위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은 효과적인 위기 관리로 고객들의 신뢰를 얻었고 이를 통해 존경 받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즉 기업의 위기 상황은 위기임과 동시에 기회인 것이다.

이를 결정하는 것은 위기 상황 속에서 기업이 고객에게 진정한 신뢰를 심어주는데 성공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