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규 <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 >

지방 선거 이후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벌써 수년째 국내 경기가 잠시 회복 조짐을 보이다 다시 가라앉는 무기력한 양상을 반복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러다가 우리 경제가 실질소득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구조적인 저성장기로 빠져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감마저 팽배하고 있다.

정말 한국 경제는 장기 침체의 길로 접어드는 것일까? 선진국 소득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채 성장이 멈추면,실업이 늘어 빈부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복지비용은 갈수록 증가해 사회 불안과 빈곤의 악순환이 더욱 심화될 게 뻔하다.

그런데 한편으로 우리 내부를 조금만 긍정적으로 들여다보면,한국 경제가 이토록 경기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여간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경제 이론상으로는 성장의 기본 요소들을 한국 경제가 대부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 경제에는 투자 원천인 자본이 넘쳐흐른다.

현재 우리 경제에는 국민총생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시중부동자금이 사용처를 찾지 못해 떠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화 자본도 흔해져서 원화 가치가 과도하게 오르는 부작용마저 유발할 정도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금고에 쌓이는 자금을 주체할 수 없어 대출 세일을 위해 연일 길거리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풍부하고 우수한 인적 자원 역시 여전히 충분히 존재한다.

일단 수많은 청년 근로자들이 자기 할 일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 인적 자원의 우수성 또한 우리 사회에 식지 않는 뜨거운 교육 열정으로 인해 조금도 훼손되지 않고 있다.

전문대학 이상을 졸업한 고등교육 이수율에서 한국은 세계 4위를 자랑한다.

자본과 인력뿐만 아니라 각 생산자원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과학기술 부문 역시 한국은 남부럽지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2005년 국가 경쟁력 순위는 조사 대상 60개국 중에서 29위를 차지하고 있지만,기술 경쟁력은 2위이고 과학경쟁력 또한 국가경쟁력보다 훨씬 높은 15위를 기록하고 있다.

21세기 지식 경제 시대를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창의력이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한국의 젊은 연예인들이 그 언제 아시아 전역은 물론 미국에까지 진출해 구름떼 같은 팬들을 몰고 다닌 적이 있는가? '잘살아 보세'로 상징되는 예전과 같은 국민들의 열정도 식었다고 볼 수 없다.

지난 월드컵 때 온 국민이 보여준 응집력과 추진력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의 골드만삭스사와 일본의 다이아몬드사가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중국이나 일본보다 높게 평가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남들이 부러워할 우수한 성장 자원을 보유한 한국 경제가 왜 자꾸만 무기력해지는 것일까? 딱 한 가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각 자원을 효과적으로 결합해 이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결합인자가 빠져 있는 것이다.

이는 물리적으로는 노력한 만큼 성과를 인정받는 '경제적 유인(incentive)' 시스템이 무력화돼 있고,그 결과 정신적으로는 자발적이고 열성적인 참여와 협동을 유발하는 '신바람'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기업가의 공을 인정하지 않는 풍토라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누가 모험을 무릅쓰고 투자하려 하겠는가.

투자가 없으면 우수한 인력과 기술인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성에 차지 않는 일자리만 있다면 근로자들인들 열심히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겠는가.

한국 경제에는 지금 과잉 규제와 관리, 그리고 징벌주의로부터 나오는 찬바람만 불어,모든 성장요소들이 움츠러들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결국 한국 경제에 부족한 2%는 유인책과 신바람을 불러일으켜 우수한 성장 자원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통합의 경제 리더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