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일교포나 한국 주재원들이 만나면 거의 어김없이 이승엽 선수 얘기로 말문을 연다.

이 선수 덕분(?)에 요미우리 자이언츠 팬도 많아졌다.

일본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위상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대단하다.

72년 전통을 자랑하는 자이언츠는 20차례나 일본 시리즈를 제패한 프로야구 최강팀이다.

양대 리그 교류전이 시작된 5월 초부터 월요일만 빼고 매일 6개 시합이 열리지만 도쿄의 경우 요미우리 자이언츠 게임만 TV로 생중계된다.

도쿄가 본거지인데다 전국적으로도 팬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선수는 골든타임인 저녁 시간대에 매일 3시간가량 등장한다.

한류붐 주역인 한국 탤런트들도 일주일에 한두 시간 나오는 게 고작이다.

4번 타자로 활약하는 이 선수는 연일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다.

언론의 관심이 높은 것은 그만큼 맹활약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홈런은 센트럴리그 2위,타율은 9위를 달리고 있다. 자이언츠의 70대째 4번 타자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이승엽은 뛰어난 실력과 함께 인품을 갖춰 일본팬들을 사로잡았다.

연일 불방망이를 뿜어내면서 올들어 주춤해진 한류 열기를 되살리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독도문제 등으로 냉각된 한·일관계 개선에도 커다란 역할을 맡고 있다.

보수적인 구단의 우려와 팬들의 압력을 물리치고 이 선수를 4번으로 기용한 하라 다쓰노리 자이언츠 감독(48)은 "일본 선수 중에서 이 선수만큼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드문데다 겸손하고 성격까지 좋아 팀의 기둥이 되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 선수는 홈런 두 방을 몰아친 3일에도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연습장으로 직행했다는 후문이다.

시합 때 쓰는 그의 모자 속에는 "진정한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좌우명이 적혀 있다.

이승엽이 움츠러든 재일교포는 물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고국 동포에게 시원한 뉴스를 더 많이 보내주길 기대해 본다.

"이승엽 선수 파이팅."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