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팔팔 이삼사'라는 건배사가 유행이다. 건배 제의자가 "구구팔팔" 하면 다른 사람들은 "이삼사" 하는 식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2∼3일 만에(혹은 이틀만 앓고 사흘 만에) 사망하자는 의미다. 나이 들어 오래 앓거나 치매 등으로 고생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염원을 담아낸 셈이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후 건강은 무엇보다 큰 관심사다. 특히 기억과 판단력,행동규범을 잃어버리고 급기야 자아를 완전히 상실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두려움 그 자체다. 65세의 발병률은 1%지만 75세는 9%,77세는 13%로 급증한다고 하는데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치료법도 없기 때문이다. 여성이 남성보다,비흡연자가 흡연자보다 발병 확률이 더 높다고 알려진 가운데 만성 스트레스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팀이 형질전환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더니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뇌 세포를 죽이는 독성 단백질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도 잘만 이용하면 힘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신과 감각기관이 예민해지고 중요한 부위인 뇌 심장 등으로 가는 혈류가 증가하는 만큼 견딜 수만 있으면 몸과 마음 모두 활성화돼 아픈 만큼 성숙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람에 따라 실제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강해지는 수도 있다. 그러나 자극을 감당할 능력이 약화되거나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각종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게 통설이다. 긴장이 지속될 경우 중년기엔 심장병 당뇨병 같은 성인병,노년기엔 신경증 등을 얻을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스트레스는 극복되지 않고 쌓이는 만큼 피해가는 게 상책이라는 보고도 나왔다.(포항공대 김경태 교수팀) 경쟁사회에서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도리는 없다. 그렇더라도 웬만하면 욕심 좀 덜 부리고,매사 남과 비교하느라 힘들어 하지 말고,속상한 일이 있어도 웃어넘김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여볼 일이다. 비관적이거나 우울한 성격도 치매 확률을 높인다(미국 메이요 클리닉 요나스 제다 박사)고 돼 있으니. 박성희 논설위원 psh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