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은 9.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외환보유액은 2040억달러가 증가한 6070억달러로 일본 다음가는 세계 제2위였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에 걸맞지 않게 중국의 상하이 선전 증권시장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상하이주가지수는 15%나 하락, 6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올들어서는 3월까지 다시 8%가 하락함으로써 중국 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저조한 성적에 머물고 있다. 고도성장 하에서 돈은 부동산으로만 몰려 '부동산 버블'을 우려할 지경이 됐지만, 증권시장에는 그 흔한 유동성 장세는커녕 투자자금의 유입이 없어 주가가 계속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화려한 거시경제와 초라한 증권시장은 왜 이렇게 따로 움직일까? 우선 중국은 주식시장의 비중이 간접금융시장에 비해 너무 왜소하다. 2003년 말 기준으로 전체 금융시장에서 은행금융시장 대 주식시장(채권 제외)의 비율은 9 대 1이 된다. 이 것을 그대로 두고 증권시장 발전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둘째, 중국 상장 국유기업(상장사의 90% 이상) 발행주식의 평균 3분의 2에 해당되는 비유통 주식이 문제다. 일부 국유기업이 주식회사로 탈바꿈했지만 상장과정에서 일부분의 주식만 상장되고 상당부분은 국가 또는 지방정부가 비유통 국유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 방대한 비유통 국유주식의 무게에 중국 증권시장이 짓눌려 있는 것이다. 2001년 여름 당시 주룽지 총리는 이 비유통 국유주식을 증권시장을 통해 공개매각함으로써 국유기업의 구조개혁을 도모하고 또 절실한 사회복지기금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으나, 물량압박 위협에 못 견딘 증권시장의 끝없는 주가추락으로 1년만에 완전히 백지화할 수밖에 없었다. 셋째, 상장 국유기업의 지배구조가 지닌 취약성이다. 상장 국유기업의 경영자는 경영의 초점을 오직 임명권자(공산당 또는 정부)에게만 맞추고 소액투자자를 위한 경영에는 아무런 주의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기업지배구조 준칙'을 제정,공포한 중국이지만 이 기준이 있는지조차 아는 사람은 드물다. 얼마전 4대 국영통신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경영실적에 상관없이 한꺼번에 갈아치운 인사조치나, 싱가포르증시에 상장된 중국항공급유사(CAO) CEO가 경영실적을 올려 출세해보겠다는 욕심에 선물(先物)거래에 손대 5억5천만달러를 날리고 수억달러의 적자를 내기까지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았던 사건은 중국 국유기업의 열악한 기업지배구조를 상징한다. 넷째, 국유기업을 상장할 때 중국 증권시장이 곧 홍콩증시를 앞설 것이라면서 상장주식 발행가에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상장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상장 직후 주가가 급속히 발행가 밑으로 하락하면서 수많은 소액투자자가 손실을 보게 됐으니 투자자들의 증시 외면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다섯째, 증권회사의 경영부실 문제를 들 수 있다. 현재 130여개나 되는 증권회사는 국유기업이면서도 엄청난 적자에 예외없이 시달리고 있다. 특히 고객예탁금을 받아 주식투자를 했지만 주가하락으로 인한 막대한 결손 때문에 고객에게 돈을 상환해주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결국 증권감독 당국은 우선 증권회사수를 30~40개로 줄이고 마지막에는 20여개만 남긴다는 계획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이밖에도 홍콩시장이 있음으로 해서 대형 국유기업들이 상하이나 선전시장보다는 홍콩을 선호하고, 더욱이 뉴욕증시로 몰려가는 것도 하나의 걸림돌이라면 걸림돌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자본거래의 완전자유화가 안 된 점과 이에 따른 고정환율(pegging) 시스템이다. 이 문제는 너무나 복합적이고 정치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정책적 변화를 추진하기에는 벅찬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증시의 이같은 괴리(디스커넥션)현상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을 것 같다. /전경련 차이나포럼 경제산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