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칠두 <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cdkim@e-cluster.net > 최근 억대 내기골프가 도박이 아니라는 무죄판결이 나와서 화제다. 골프는 화투나 카지노처럼 운에 따르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의 도박성 게임이 아니라,기량이 더 중요하다는 이를테면 운삼기칠의 건전한 스포츠라는 논리에서다. 이번 판결을 놓고 일부 식자는 기존 판례를 뒤엎은 개인의 자유를 강조한 '소신있는 판결'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내기 골프가 도박이라면 총상금을 놓고 경기를 하는 PGA(미프로골프) 대회나 홀마다 승자가 상금을 차지하는 '스킨스'(Skins) 게임도 도박으로 처벌해야 하냐는 주장이다. 명백한 도박인 카지노는 국가가 한 것이라 괜찮고,개인간의 행위는 불법이라는 것은 지나친 이중적 잣대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운이냐,기량이냐라기보다는 보통사람들의 보편적 정서가 기준이 돼야 하지 않을까. 가끔은 사회통념에서 다소 벗어난 판결일지라도 시대의 흐름을 리드하며 기존 법률 해석의 미비점을 보완해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그 시대의 사회통념상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은 혼란을 자아내기 마련이다. 동일 사안에 대해 판사에 따라 판결이 다르다면 법 준수 의식이 흔들릴 수도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정치적 가치판단을 요하는 입법사항이나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정책 결정까지 법원으로 들고 오고,50대의 이혼을 30대 판사가 검토해야 하는 사법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최소한의 기준과 논리를 찾아내야 하는 법원의 애로사항은 이해못할 바도 아니다. 우리 골프 환경을 보면 무엇보다도 객관적인 룰과 품위 있는 매너가 중시되는 매력적인 게임임에도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PGA룰과 클럽룰 외에도 캐디룰,동반자룰,조폭룰 등 온갖 우스꽝스런 룰이 난무한다. 심지어 'NGO룰'(첫 홀의 경우 파나 버디,트리플보기든 상관없이 모두 보기로 기록하는 것)까지 등장하는 황당한 골프 현실에 비추어 보면 고액 내기 골프를 단순히 운삼기칠의 논리로만 이야기하기에는 어색하고 의아스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