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세계적인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이 쓴 '오만과 편견'의 원래 책명은 '첫인상'이었다. 출판사에서 출판을 거절당한 뒤 내용을 수정보완해 이름을 바꿔 내놓은 것인데,첫인상으로 인해 겪게 되는 연인 사이의 갈등을 잘 묘사하고 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재치있고 활달한 엘리자베스는 귀족출신의 미남 청년 다아시를 만난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처음 만나 느낀 그의 오만함에 적개심을 보이면서 청혼을 거절한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그녀는 자신의 편견이 지나쳤다는 것을 후회하고 결합하게 된다. 첫인상은 사람의 뇌에서 가장 오래 기억된다고 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쉬는 "어떤 사람에 대해 일단 첫인상이 형성되면 후에 들어오는 정보에 대해 좀체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첫인상은 나중에 들어오는 정보를 해석하는 기준이 된다"고 여러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이것이 곧 심리학에서 말하는 '초두효과'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누구나 면접이나 첫선을 볼 때면 좋은 인상을 주려고 무척 애를 쓴다. 첫인상이 좋지않게 비쳐졌을 경우 이를 지우기가 쉽지 않아서다. 첫인상은 취업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정보채용업체 헬로잡이 주요기업의 인사담당자 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10명중 8명이 지원자의 당락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으로 첫인상을 꼽았다. 첫인상은 만난지 단 3초만에 결정된다고 하는데,이를 결정짓는 외모와 태도,억양까지도 신경을 쓸 일이다. '나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가식적이지 않은 참모습을 보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첫인상 만들기'의 출발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하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속기 쉬운 것중의 하나가 바로 첫인상이기도 하다.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은 자주 볼수록 인상이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첫인상의 편견은 경계해야겠지만,그렇다고 '남을 위해 사나'하는 오만한 태도는 곤란하다.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가끔 생각해 볼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