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 북한 핵개발 의혹이 다시 불거진 지 1년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대화와 압력의 병행전략'에 따라 한편에서는 3자회담에 이어 6자회담을 진행하는 등 다자대화 틀을 마련하고,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주도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한 대북 압박을 지속해왔다. 제1차 6자회담 이후 6개월 동안 북핵해결을 위한 관련국가들의 외교적 노력이 결실을 거둬 25일부터 제2차 6자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린다. 한·미·일 3국은 그동안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를 위한 조건없는 2차 6자회담 개최를 주장해 왔다. 이에 반해 북한은 '1단계 행동조치' 즉 핵동결과 그에 상응하는 조치로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정치·경제·군사적 제재와 봉쇄 철회, 중유·전력 등 에너지 지원 등을 요구했다. 이러한 입장차이에도 2차 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은 관련국가들의 외교적 노력과 함께 북·미간 물밑 접촉에서 이견을 좁히는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9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핵동결' 의지를 재확인하고, '평화적 핵동력공업까지 멈춰 세우는 동결조치'를 제안(노동신문 12월 15일)했다. 그리고 "핵동결은 단순한 현상유지가 아니라 핵포기 과정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조선신보 2월 6일)"이라며 종전보다 적극적인 대화입장을 내비쳤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대북 다자안전보장방안을 제시하고,올해 2월 3일에는 북한측이 제안한 핵동결문제도 2차 6자회담에서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 핵프로그램의 CVID 방식의 폐기이고, 핵폐기를 위한 재정적인 보상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핵폐기를 위한 과정으로서의 핵동결과 안전보장 제공을 위한 논의는 가능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온는 11월 대선을 앞둔 부시행정부도 이제 결단의 시기가 가까워오고 있다.이라크전쟁의 수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부시 대통령이 재선전략 차원에서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외교적 성과로 삼고자 한다면 북핵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미국이 북한의 선핵포기란 기존입장을 고수하면서 시간 끌기를 할 경우 북핵문제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핵개발(HEU) 프로그램의 자진 신고와 폐기 등 '리비아식 해결'을 요구할 경우 2차 6자회담은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HEU 문제는 제2차 6자회담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HEU 프로그램을 시인하면 북한이 먼저 제네바 합의를 파기한 것이 되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이 부인할 수 없는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한 HEU 프로그램을 시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HEU 프로그램 존재 여부를 둘러싸고 북·미 양국이 갈등을 지속할 경우 제2차 6자회담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이 문제는 별도의 실무회의 또는 전문가회의를 통해 해결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제1차 6자회담 등에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철폐를 주장하고, 핵동결을 완전한 핵철폐로 가는 과정이라고 밝히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HEU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면 이는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철폐 과정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2차회담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서 한·미·일 등 관련 국가들은 확고한 증거가 드러날 때까지 HEU 문제를 의제의 우선 순위에서 뒤로 돌려놓을 필요가 있다. 2차회담에서 북핵해결의 실질적 진전이 없으면 관련국가 모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북핵문제의 장기화에 따른 갈등이 지속될 경우 관련 국가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 결렬에서 오는 이러한 외교적 부담을 고려할 때 이번 회담에서는 북핵해결의 프로세스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공존공영의 윈-윈 게임이 될 수 있도록 2차회담에서 관련국 모두 북핵해법 마련을 위한 지혜를 짜야 할 것이다. yhkoh@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