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베이징의 중국 대반점에 내로라 하는 중국의 경제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중국 최대 컴퓨터업체 롄샹의 양위엔칭 총재,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으로 꼽히는 하이얼의 장루이민 총재,중국 3대 인터넷포털업체인 소후닷컴의 장차오양 회장 등 평소에 직접 대면하기 힘든 인물들이 총집합했다. 중국 경제일보 계열의 잡지사인 '중국기업가'가 주최한 '중국 기업 영수회(領袖會)'가 지난 6,7일 이틀간 열린 것.'새로운 CEO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주제로 개최된 이 세미나에선 중국 전역에서 온 5백여명의 기업인들이 참가했다. 눈길을 끄는 건 7일 열린 영수회에 한국의 구조조정 경험을 듣기 위한 토론회가 따로 마련된 것. 윤병철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한국의 금융과 기업 구조조정 경험을 소개한 세미나룸에는 1백50여 좌석이 꽉 찼다. 윤 회장과 이 사장은 토론회에 앞서 중국 경제일보와 CCTV 등의 요청으로 즉석에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윤 회장은 "잘 나가는 중국경제가 '겨울'을 맞으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고도 경제성장 속에서도 외국인의 입을 통해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세미나 같았다"고 말했다. 또 질문도 중소기업 대출방식 등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내용이 대부분으로 형식적인 토론회와는 달랐다. 중국이 배우고자 하는 학습 대상은 한국 뿐이 아니다. 이번 영수회에서는 일본 제조업의 세계 브랜드화 전략과 독일 가족기업의 경험을 듣는 토론회도 함께 열렸다. 중국인들의 잘 나갈 때,어려울 때를 대비하는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중국의 위기의식은 78년 개혁개방 이후 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내세워 앞만 보고 달려오다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튼 것과 무관치 않다.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 뒤편에는 높은 실업률,막대한 부실여신,부동산 철강산업의 과잉투자 등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먼 장래를 내다보는 그들의 안목 때문에 경제전문가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