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무교동에 있는 코오롱빌딩.이곳엔 고급 음식점이 5개나 입점해 있지만 입간판은 물론 현수막 하나 찾아볼 수 없다. 건물주가 건물의 품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모든 행위를 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층 스타벅스는 대형 입간판을 버젓이 내걸고 있다. 물론 처음엔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스타벅스'란 브랜드가 건물 가치를 높여줄 것이란 결론이 나면서 이처럼 노골적인 차별이 생겨났다. 브랜드의 위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스타벅스가 펼치는 모든 마케팅은 '브랜드 마케팅'으로 귀결된다. 고객의 감성에 호소해 호감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스타벅스는 이를 '감성 마케팅'이라 부른다. 사례는 많다.스타벅스는 자사 매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든다. 커피 향 유지를 위해 매장내에선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한다. 고객 취향에 맞는 맞춤커피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요즘엔 커피찌꺼기를 재활용한 미니화분을 만들어 나눠주고 있다. 이런 일엔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호감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이에 다른 외식업체들도 앞다퉈 감성 마케팅을 도입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감성 마케팅'이란 책도 나왔다. 대학에서는 마케팅 성공사례로 연구되고 있을 정도다. 스타벅스는 지난 97년 한국에 진출해 6년간 79개의 매장을 열었다. 매출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불황으로 외식업체들이 매출을 전년대비 80%,목표대비 60%로 낮춰잡는'6080 신드롬'에 휩싸인 지금도 스타벅스는 오름세를 타고 있다.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급성장한 비결은 고급 커피문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면서 한국적 감성을 쓰다듬는 감성 마케팅에 있다. 캐시카우(돈벌이가 되는 사업)를 기대하며 외국 브랜드를 마구잡이로 들여오는 외식업체들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손성태 산업부 생활경제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