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os.gomez.mg@bayer.co.kr 혹자는 우리 인생의 성패를 진정한 친구가 있는가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하는데,이런 의미에서 한국 생활은 내 인생에 커다란 의미를 준다. 나의 회사 동료들 중에는 매우 특별한 사람이 있다. 1999년 한국에 부임해 처음 그를 보았을 때 인상은 언제나 심각한 표정의 '토종 한국 아저씨'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그와는 회사일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일까지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지난해 그의 생일 날 아침,미리 준비해간 케이크에 나이 만큼의 촛불을 켜고 그의 사무실을 급습해 생일축하를 해준 일은 잊을 수가 없다. 그때,그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은 아마도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은 크기의 우정을 느껴서였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이제 정년퇴직할 때가 됐다. 처음엔 그가 회사에 좀더 남아있기를 권했다. 이는 그가 지난 30여년간 바이엘에서 쌓아온 경험과 그의 충성심,그리고 언제나 가장 한국적인 사고의 틀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포용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었다. 사무실에서는 나의 까다로운 요구에 항상 최선을 다해 업무를 수행했으며,사무실 밖에서는 벽안의 외국인에게 한국을 잘 가르치는 내 선생님이었다. 회사에서 내 점심 파트너이기도 한 그는 식당에 가면 어느 음식이 나에게 맞을지,아닌지를 알려주는 자상함도 가진 사람이다. 다음 달 말에는 그가 회사를 떠나게 된다. 나는 벌써부터 그 시간이 퍽이나 걱정이 되는데,그것은 아마도 바이엘 코리아의 사장으로서가 아니라,소중한 벗 한 사람을 그리워하게 될 나 자신을 보기 때문이다. 포도주가 시간이 흐르면서 맛을 더해가듯 하루하루 쌓아가는 그와의 우정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을 환하게 밝혀주는 역할을 했다. 정년퇴직 후 그의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충심으로 빈다. < 바이엘 코리아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