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위안화를 시장 현실에 맞게 평가절상하지 않는다면 중국 상품에 고율의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나섬에 따라 미국과 아시아 국가간 환율전쟁은 사실상 초읽기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상·하원에서 모두 보복관세 부과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그것이 현실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여겨지고 있고,그렇게 될 경우 한국 일본 대만에 대해서도 통화절상압력이 강하게 몰아칠 것 또한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미 상원이 중국산에 대해 27.5%의 보복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은 위안화를 25% 정도 절상하라는 얘기다. 이 숫자는 미국 국제경제연구소장 프레드 버그스텐이 제시한 것과 동일하다.'미국정부의 환율정책을 대변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는 버그스텐은 위안화 25% 절상을 요구하면서 "그렇게 되면 원화도 10%는 절상될 것"이라고 한·미 재계회의 자리에서 말했었다. 이같은 미국쪽 요구에 대한 중국의 공식적인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과연 언제까지 평가절상 요구를 거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홍콩 등지의 암달러 시장에서는 '달러 팔자'가 쏟아져 위안화 절상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듯한 양상인 모양이다. 위안화가 대폭 절상되고 엔화와 원화가 그 절반 이하의 비율로 비슷하게 절상된다면 제3국시장에서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은 어쩌면 생각보다 타격이 적을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이 우리의 가장 큰 수출시장인 중국경제권 위축으로 이어질 공산이 짙고 그럴 경우 얘기는 전혀 달라질 수도 있다. 올 들어 회복세가 뚜렷한 일본경제도 엔 절상으로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 우려는 더할 수밖에 없다. 가파른 원화 상승세는 수출에도 문제지만 자본시장에 엄청난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에 더욱 우려할 만하다. 몇달간 주가가 오름세를 탄데다 환차익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원화절상 압력이 현실화하는 시점에서 외국인들의 이식매(利食賣)가 나타날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렇게 될 경우 주가하락과 소비자심리 위축으로 경기에 또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 또한 분명하다. 어떻게든 지나치게 가파른 원화 상승세는 막아야 한다. 원화가 지난 2001년말 이후 15% 가깝게 절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안화 등 다른 아시아국가 통화와는 달리 미국의 절상 압력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당연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바로 그런 점에서 원화의 달러환율은 정부의 통상교섭력에 달렸다고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