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월드컵은 한국 경제를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 외국 언론은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 성과와 함께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 브랜드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한국의 월드컵 스타 안정환 선수와 삼성 현대 LG SK와 같은 브랜드가 전부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소수의 지식층들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도 있다. 하지만 일반대중들은 역시 스포츠나,쉽게 접할 수 있는 상품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갖게 된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데는 긴 세월과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마케팅 활동이 수반되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가 북한 핵문제와 기업의 부당주식거래 및 분식회계에 대한 수사로 훼손되고 있다. 명성이라는 자산은 한번 잃게 되면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다. 때문에 우리는 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있어서도 국가 신인도와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기업 지배구조 개혁자들은 잘못된 관행에 대한 법적 대응이 효과적이며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법적 대응이 단기적으로는 해당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손상시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기업을 더욱 투명하게 해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즉 개혁이 단기적으로는 고통을 수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와 국가 신인도를 높여 우리 경제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논리는 설득력을 갖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의 개혁은 한국 경제의 글로벌화라는 관점에서도 필요하다. 현재 외국인들은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30%를 소유하고 있으며,상당수 한국 대표기업의 5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가 이미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어 있으며,이에 따라 지배구조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갖춰져야 하는 필요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없는 한 외국투자자들과 한국인 오너 경영자 사이의 분쟁은 항상 불씨로 남게 될 것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대해 우려하는 쪽에서는,개혁으로 인한 부작용이 경제 전체를 어렵게 해 바람직한 장기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한국 경제가 다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견해다. 미국 증시가 엔론 타이코 월드컴 사태로 추락했듯이 한국 경제도 두 세건의 사건만 터지면 외국투자자와 소비자들로부터 완전히 외면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을 잃은 기업은 재기할 수 있으나,신뢰를 잃은 기업은 재기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해당 기업이 한번 신뢰를 잃게 되면 그 기업의 브랜드는 세계 무대에서 재기불능 상태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는 1백여개에 이르는 대표 브랜드가 있어 몇개 브랜드가 타격을 입어도 국가 펀더멘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한국에는 불과 대여섯개 대표 브랜드밖에 없어 이중 몇개가 스캔들이나 부정에 연루되면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국가 위상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국의 경제분야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 지난해 여름 미국 비즈니스위크지의 세계 1백대 IT기업 중에서 톱10에 한국 기업이 무려 3개나 포함돼 있었다. 삼성전자는 당당히 랭킹 1위였다. 이처럼 세계 무대에서 선전하고 있는 기업들을 우리는 더욱 격려해야 한다. 기업 지배구조 개혁은 당면 과제다. 하지만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국가 신인도를 고려한 점진적 개혁이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해 우리가 국민의 정부 때 세무정책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전산화와 카드사용 같은 시스템적 접근이 세무사찰이라는 직접적인 방법보다 징세에 더 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즉 시스템적 접근과 시장원리에 의한 개혁을 통해 한국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며,지배구조를 개혁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wchu@car123.co.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