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 과학기술부 기초과학인력국장 > 일본이 올해 노벨상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차지하면서 과학분야의 아홉번째 노벨상 수상자 배출과 함께 3년 연속 과학분야의 노벨상 수상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기초과학 수준이 국가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이자 국력으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과학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힌 일본을 보며 우리나라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 기초과학 투자를 늘리고 국가적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작년말 이공계 석·박사과정 진학생들의 미등록 사태와 수학능력시험에서의 자연계 지원 감소로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청소년 이공계 기피현상'은 금년 한 해 줄곧 온 국민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왔다. 한국경제신문사가 펼친 이공계 살리기 캠페인은 이같은 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정부도 이를 국가적인 위기로 인식하고 그동안 해결책 마련에 고심해왔다. 그 결과 범부처적인 종합대책안이 마련되었고,내년 예산에도 많은 부분이 반영됨으로써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얼마전 '대한민국에 태어난 천재 과학자들'이라는 유머가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다. 수학과 과학에만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아인슈타인은 대학입시에 실패했고,뉴튼은 총명한 머리로 기존의 학설을 뒤엎는 새로운 학설을 발표했지만 교수의 눈밖에 나 결국 학위도 받지 못하고 군대에 갔으며,퀴리 부인은 평범한 외모로 인해 취업에 실패하고,갈릴레이는 입바른 소리를 하다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일부 과장도 섞여 있겠으나 이공계 위기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빗댄 이 얘기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데 대해 정부도 일부 책임을 느끼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정부의 책임의식은 곧 내년도 예산안에 잘 나타나 있다. 정부안으로 확정·발표된 2003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 총연구개발예산은 5조2천5백83억원으로 올해보다 6.1% 늘어났으며,이중 기초과학연구 분야에 투자되는 예산은 올해보다 9.8% 증가한 1조3백32억원이 되었다. 한 사람의 과학기술자가 국민 1만명을 먹여살릴 수 있다는 시대에 국가경쟁력의 원천을 제공하는 기초과학 육성과 창조적 인력의 양성은 이 시대 정부의 사명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