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도쿄 주가는 월요일인 7일에도 폭락했다. 거래가 시작되기 무섭게 2백엔 이상이 단숨에 빠진 닛케이평균주가는 8천6백엔대까지 밀리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이날 도쿄증시는 2백개 이상의 주식이 연초 이후 최저가를 갈아치워 투자자들의 한숨을 깊게 했다. 도쿄증시의 폭락은 '불가항력적 요소'가 없는 것이 아니다. 세계 주요국 증시가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에서 미국증시와,난기류를 더해 가는 국제정세는 일본 주식에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경제 자체가 금융시스템 위기와 초장기 불황의 합병증을 앓고 있는 시점에서 도쿄증시는 애당초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기 어려운 땅이었다. 하지만 이날 쏟아진 경제각료들의 발언에는 주목할 만한 내용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다케나카 헤이조 금융·경제재정상의 말이었다. 일본언론은 그가 외신과 가진 회견에서 초대형은행(메가 뱅크)도 불량채권 처리과정에서 파탄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에 앞서 한 민영TV에 출연,대기업들도 가차없이 정리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어 '부실기업,불량채권'과의 싸움을 원칙대로 밀고 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오카와 마사주로 재무상의 코멘트도 주목을 끌었다. 그는 "다른 나라 주가도 다 떨어지는 판에 일본만 주가를 위한 결정적 대책은 없다"고 못박았다. 주식투자의 손해와 이익은 어디까지나 투자자들 몫이란 얘기다. 그러나 살아 있는 생물이나 다름없는 증시는 정보와 정책을 먹고 산다. 경제각료의 발언은 하찮은 것이라 해도 때에 따라선 핵폭탄으로 변할 수 있다. 일본 재계 일각에선 다케나카 금융·경제재정상의 발언이 당연한 원칙을 언급했다면서도,시기에 대해서는 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증시가 붕괴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그런 말을 했어야 했느냐는 눈치다. 머리에는 나라를 살리고 경제를 도탄에서 구할 지혜가 가득 찼다 하더라도 고위 공직자와 학자는 처지와 발언의 영향력이 분명 다르다. 시장을 생각하는 공직자라면 말의 스피드를 한템포 쯤 늦추라는 것을 일본 재계의 불평은 보여주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