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또 대한생명 매각 승인을 연기했다고 한다. 이유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에 대해 매각가격 인상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된 공적자금을 한 푼이라도 더 회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이해한다면 칭찬을 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과연 꼭 그렇게만 볼 일인가는 좀 더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정부(예보)가 민간기업인 한화를 상대로 벌인 가격협상 과정을 더듬어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정부는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뒤 매각가격 산정의 기준을 세번씩이나 바꿔왔다. 더구나 외국계 회계법인 등의 실사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중순 예보와 한화는 대생 기업가치를 1조1천억원 안팎으로 합의한 이후 이미 두번씩이나 가격 재조정에 합의한바 있다. 정부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횡포를 부린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 정부를 대변하는 공자위가 또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매각승인을 보류했다. 매수자인 한화로서는 황당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자금계획이 엉망이 될 것은 물론이고,또 올리라고 윽박지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공자위의 존재이유가 헐값 매각 등을 예방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보면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그것도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가 민간기업을 상대로한 거래에서 그런 한심한 행태를 보인다면 누가 정부와 거래를 하려할 것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주목하는 것은 공자위가 헐값 매각에 대한 특혜시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책임회피 차원에서 결정을 늦추는 게 아니냐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지금은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말에 접어들고 있어 더욱 그런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부실기업 정리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비용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금융산업 전반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매각을 서둘러야 함은 분명하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명분으로 매각을 늦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